사설 - 몸은 거리두기, 마음은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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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몸은 거리두기, 마음은 따뜻하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5.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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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대한불교조계종이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종단협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심사숙고 끝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와 같이 발표했다. 
이로써 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5월23일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5월24일 전통문화마당 등 올해 모든 연등회 행사도 중지됐다. 
불과 봉축행사를 나흘 앞두고 발표된 이번 결정은 다시 이태원 발(發) 집단 감염으로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자 내린 결정이다. 
연등회 행사가 취소된 것은 1980년 계엄령으로 행렬이 진행되지 못한 이후 40년 만에 일이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아닌 불교계에서 자발적으로 취소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회견에서는 또 ‘연등회가 신라 진흥왕 때부터 천년을 넘게 이어 온,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전통문화’로, 특히, 올해 12월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불교계는 재정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법회 및 행사 중단과 산문 폐쇄 등을 단행하며 코로나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불교계의 노력을 언급하며 이번 연등회 취소 결정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불교계도 두 차례의 연기를 통해 5월 23일(서귀포시)과 24일(제주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제등행렬없이 법회만 갖기로 하였다.  
봉축행사의 축소는 불교계 침체를 가져오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행사가 취소되고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부처님오신날의 큰 뜻과 자비희사의 따뜻함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이는 이번 코로나-19 속에서 불교계가  뭇 생명의 평화를 위한 정진의 길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사실이 뒷받침한다. 
제주불자들도 더욱 이웃의 안전과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돌아보면서, 장엄하고 화려한 행사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부처님오신날’의 참뜻을 새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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