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무진장 큰스님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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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무진장 큰스님을 추억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5.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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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진(금강화) _ 반야사 사무국장

가슴을 적시는 감로수가 조용히 내리고 있습니다.
날마다 맞이하는 날이 좋은날 이듯 스승의 날 또한 그러 하지만 잊고 지내지 말라 하여 기념일이니 가슴속 그리운 스승님을 생각하며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모든것들이 연기법과 인연법에 의해 조건지어진 과거에 의해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내 삶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스승이신 무진장큰스님과의 인연을 추억해 봅니다.
1986년 겨울로 기억됩니다. 일간신문에서 불교교리강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아무것도 모른채 교리강좌를 듣기위해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태어나 조계사도 처음이고 스님께 법문듣기도 처음이였습니다. 무진장 큰스님도 처음이지만 삭발한 스님을 가까이서 뵙기가 처음이였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법문을 듣고 참 행복했습니다. 어떤 에너지의 끌림인지 몰라도 참 행복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스님은 어린 나이에 불법의 인연이 되어 교리강좌를 들으러 온 저를 기특하게 여긴 모양입니다.
법회가 끝나고 한번씩 임원들과 공양하는 자리에 같이 가자며 챙기시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아버지처럼 자상하셨고 불법의 인연을 심어주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교리강좌반을 마치고 수계식을 하고 몇 년 후 스님께서 부르셔서 갔더니 수계첩 판각한 것을 내 보이시며 ‘집에 잘 걸어두고 늘 보거라’하셨습니다. 인사동에 서각을 전문으로 하는곳에 직접 맡겨 새기신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리강좌를 들었다 해도 불교가 뭔지 스님의 뜻이 무엇인지도 잘 모를때였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포교원장을 하고 계실적에 포교사 교육을 받으라며  “접수해 두었으니 교육 받고 오거라”하시며 포교사의 길을 열어주기도 하셨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포교사 까운을 맞춰야하니 어디 좀 다녀오라 하셔서 이대 근처에 가서 까운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셔서 CD를 직접 사서 들으시곤 하셨는데 가끔 음악CD를 선물로 주시며 들어보라 하셨습니다. 빛바랜 CD가 스님의 유품인양 소중하게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큰스님께 정신적으로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물질적인 것도 받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스님과의 추억은 새록새록 제 삶에 소중한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에와 생각해 보니 스님은 이미 앞일을 꽤뚫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늘 공부하라 하셨고 당당하라 하셨습니다.
그 가르침 만으로도 얼마나 큰 은혜인지 지금은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스님은 법문하실때는 바늘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엄하시고 큰 산이셨지만 사석에서는 장난끼도 많으시고 정이 많으셨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스님은 얇은 옷을 입으시고 장갑도 모자도 안쓰시는 칠무스님이셨지만 치마라도 입고 법회에 오는 날에는  ‘감기들면 어쩌냐 따시게 입고 다녀라’하시며 자상하게 챙기시는 분이셨습니다.
제주에 내려와서 서울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큰스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곤 했는데 큰스님께서 “잘 지내고 있냐?”라고 물으시기에 “네 스님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이놈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지 무에 잘 지내나? 아는 사람도 없고”라며 말씀하셨는데 제주가 고향이 아닌 제가 무척이나 걱정되셨나 봅니다.
사실 그때는 제주 정서도 모르고 정신없이 직장생활 할때라 힘들기도 했는데 그 마음까지 읽으셨나 봅니다.
반야사에서 영단에 계시는 스님을 매일 뵈며 스님께 찡긋 윙크도 하며 장난끼 있는 합장 인사도 올립니다. 스님께서 반야사 도량에 계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스님께서 주신 수계첩 서각을 늘 보며 스님의 가르침의 깊은 뜻을 새겨 봅니다.


청신 정미생 곽은진
불명 금강화金剛華
自從今身至佛身(자종금신지불신)
지금 이 몸이 성불하는 그날까지
堅持禁戒不毁犯(견지금계불훼범)
계율을 굳게 지켜 절대 범하지 아니 할것이니
唯願諸佛作證明 (유원제불작증명)
바라건대 모든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소서
寧捨身命終不退 (영사신명종불퇴)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물러나지 않겠나이다
계유년 칠월 위 금강화
於 조계산방
법사 무진장

수계첩에 나오는 본문 글은 석문의범 수계편에 있는 입지게입니다. 늘 보고 무진장 큰스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고 참불자로 사는 길이라 생각해 봅니다. 비가 조용히 내리는 날, 스승의 날 무진장 큰스님을 그리워하며 추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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