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 - 하늘의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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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절 - 하늘의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 해설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5.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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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昌林 作家의 水墨香 ⑤
오창림 作. 2016년
오창림 作. 2016년

동양 최고의 고전 중 하나가 역(易)이다. 이 역(易)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성장했다. 하나는 절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관점의 의리역(義理易), 정이천, 왕필, 주돈이, 주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리(理)를 중심으로 심(心)을 이해하고 마음의 경지를 도학적으로 끌어 올리려했다. 조선에서는 이황 같은 주리학파들이 여기에 속하면서, 주류가 된다. 이에 비해 물리적이고 형이하학적인 입장의 주역을 상수역(象數易), 대표적인 인물이 소강절(邵康節)이다. 조선에서는 서경덕, 이이, 이지함 등이 상수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상수역은 심(心)을 토대로 물상(物象)과 생멸(生滅)이 이루는 호환관계가 선천적으로 성립돼 있다는 관점이다. 
소강절의 이름은 옹(雍)이며, 자는 요부(堯夫). 어려서부터 소문산의 백원사(百源寺)에 머무는 동안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힘써 배웠다고 한다. 나중에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명산대천을 두루 살펴봤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친구도 사귀었다. 더욱이 북해의 이연지를 만나 선천상수학(先天象數學)을 이어받음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기초로 삼았다. 
또한 자신의 철학인 상수역으로 장래의 일에 대해 예언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천진교(天津橋) 위에 서서 뻐꾹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 “남쪽 사람이 조정에 등용되어 세상 천하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신법의 주창자인 왕안석(王安石)이 조정에 들어와 재상이 되더니, 청묘법(靑苗法)을 시행함으로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한 일까지 예언했다고 알려진다. 이 일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조선의 겸재 정선도 그림으로 그려낸 적이 있다.

그의 상수역은 매우 번거롭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도가(道家) 뿐만이 아니라 짙은 불교적인 색채까지 띄고 있어서, 정통 이학(理學)에서는 일종의 아웃사이더로 취급해버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로, 한 분야로만 천착해 들어간 경지와는 또 다른 사유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 다음의 시가 그렇다. 

天聽寂無音   하늘의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蒼蒼何處尋   푸르고 푸른 하늘 어느 곳에서 찾을까? 
非高亦非遠   높은 곳도 아니고 먼 곳도 아니라 
都只在人心   모두 다만 사람 마음속에 있을 뿐
 
현묘(玄妙)하면서도 자못 유심(唯心)하다. 모든 것들이 사람 마음속에 있다니, 혜능선사의 갈파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과 무엇인 다른가? 이 정도면 어디까지가 유학인지 도교인지 불교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하기야 유학(儒學)의 최고 경지를 올랐던 이 중에 불교(佛敎)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던 이는 오히려 드물었었으니. 이 경지를 소전 오창림은 초서를 쓰는 기세를 빌려 활달한 행서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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