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 역사 품은 문화재 사찰, 서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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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역사 품은 문화재 사찰, 서산사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05.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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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신문 30주년 특별기획“제주 절오백”- 서산사 (주지 선명 스님)
제주도 현무암 건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산사 대웅전 전경
제주도 현무암 건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산사 대웅전 전경

 

사무실에서 나와 노형을 통과할 때쯤 전화가 울렸다. 서산사의 선명스님이었다. 안개가 너무 짙으니 넘어올 때 각별히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당부였고 염려였다. 산업도로에 올라 한참을 달리다보니 과연 스님의 염려대로 짙은 안개가 사위를 뒤덮고 있었다. 비상등을 켠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기형도를 떠올리게 하는, 무겁고 두꺼운 안개였다. 안개에 갇히게 되면 시야가 짧아지고 누구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삶 역시 그렇지 않던가.  

목조보살좌상(제주도유형문화재 제20호)
목조보살좌상(제주도유형문화재 제20호)

 안개는 산에서 밀려 내려와 모슬포 읍내를 뒤덮고 서쪽 바다까지 밀려 나가고 있었다. 서산사(西山寺), 서쪽에 있는 산의 절이라는 의미겠다. 서쪽이라면 음양오행으로는 금(金)의 공간이다.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며, 색으로는 흰색에 해당한다. 불교에서도 서쪽은 의미가 깊다.  서방정토(西方淨土)라는 말이 그렇다. 서산사 입구가 바닷가였다고, 거기에 서서 짙은 안개 속에 갇힌 바다를 본다. 안개 속에서 낚시꾼 두엇 정도와 마을 사람들 몇이 바닷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마 이곳은 제주에서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 중 하나일 것이고, 아침저녁 해조음으로 잠을 청하고 잠을 깨울 것이다. 올레길에서 서산사로 들어가는 좁은 길 양편으로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이 단정하게 차리고 서서 방문객을 맞아주고 있었는데, 거기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게 길 위에 걸터앉아 방문객을 맞아주는 종각(鐘閣)이다. 윗길로 지날 때마다 특이한 양식이라 생각하며 언제 한 번 들러봐야지 했었는데, 그게 오늘에야 이루어진 셈이다. 선명스님의 설명으로는 80년대 제주에서 유행하던 양식이란다.

서산사 주지 선명 스님
서산사 주지 선명 스님

 

  조계종 23교구 관음사의 말사에 속하는 서산사는 법정사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강창규 스님에 의해 1934년 창건되었다고 알려진다. 대웅전은 이미 지방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제주시 도남동의 보현사와 같이 제주 특유의 현무암으로 벽체를 올리고 곱게 단청하고 기와를 올렸다. 검회색의 현무암과 쌓은 결을 메운 흰색 시멘트와의 조화가 이채로웠고, 빨간색의 창틀과 전면에 걸어놓은 주련들이 의외로 잘 어울리고 있었다. 마당은 해안도로 너머 바다와 바로 통하는데 짙은 안개로 바다 풍경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는 본존불을 모신 대웅전 안에는 목조보살상이 있다. 아마 제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일 것이다. 이 목조보살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제주로 옮겨졌는지는 아직 미상이다. 하지만 나주(羅州)에서 제주로 옮겨진 그 사연을 알 수 있다면, 제주는 또 하나의 귀한 유산 하나를 추가하게 될 것이다.

대웅전 삼존불
대웅전 삼존불

 

  대웅전을 나오면 바다를 바라보는 관음상이 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니 해수관음상이라고 해야 하나? 마당 구석구석에는 색색의 키 작은 꽃들이 알뜰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찰 어디 한 구석도 소홀한 데가 없었다. 아마 선명스님의 손길이 그리 바지런했다는 말이겠다. 방문하기에 앞서 서산사를 검색해보니, 많은 이들이 선명스님과의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요사채에서 마주한 선명스님은 커피를 권했다. 직접 내려주는 커피는 진하지도 쓰거나 시지도 않아, 커피 맛을 모르는 기자의 입맛에도 적당했다. 사실 불교신문에서 여러 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서산사와 선명스님은 얼마 전 사찰 앞바다에 들어서는 풍력단지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여쭈기는 해야겠기에 이 이야기로부터 인터뷰를 시작하기로 했다.

서산사 해수관음보살상
서산사 해수관음보살상

-앞으로 풍력단지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러잖아도, 이번에 지역구에서 새로 당선되신 양 의원님[양병우 도의원(무소속)]의 말씀이 있었어요. 저희는 이제 모슬포항 확장사업이 진행되면 해상풍력단지 건설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남방돌고래가 보호어종이기 때문에 도에 관련 안건이 올라가 있고 조사를 거쳐 보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역시 해상풍력단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업주체는 포기하려 들지 않겠지만 어쨌든 한고비 넘은 셈입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산사는 고령화가 매우 심한 이 지역에서 나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결이랄까요? 좀 들어볼 수 있습니까?
-서산사가 다른 사찰들에 비해 낫다고 하던가요? (웃음) 글쎄요, 비결이랄 건 따로 없고요, 그저 수행자가 지녀야 할 자세를 굳세게 유지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은 있습니다. 스님이 사찰을 비우는 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기도를 열심히 하다 보니, 신도분들이 따라와 주시고, 그러다 보니 사찰 운영도 그럭저럭 다 되어 가더라고요. 

-이곳 서산사가 고령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임에도 비교적 젊은 신도 수가 다른 사찰에 비해 많고 행사에 참여하는 신도들이 일이백 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도가 가장 기본이라는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주로 젊은 신도들을 중심으로 경전 독송이나 기도, 기초교리 등을 배울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실 경전 공부만으로는 되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가령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고비 넘은 셈인데, 서산사에 풍력 이외에 다른 현안이 있으십니까?
-사찰 뒤로 새로 도로가 나고 있어요, 이번 일로 언론이 주목해주시는 바람에 본사인 관음사 허운 주지스님께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면서 사찰정비에 관해 많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산사 선명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한 뒤 선방에서 10년 수행했으며, 2012년 겨울부터 이곳 서산사에 주석하고 있다. 

독특한 양식의 종루
독특한 양식의 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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