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PHOTO - 청보리 너울에 갇힌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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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PHOTO - 청보리 너울에 갇힌 집 한 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5.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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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진영 기자

 

제주에는 보통명사가 참 많았다. 넓은 들이라는 의미의 ‘너븐드르’의 변형들이 그렇다. 서귀포시 중문 해안에 대평(大坪)이란 마을이 있다. 이 역시 ‘너븐드르’의 변형이다. 해안이 협소한 것이 섬의 특질인데, 이곳만은 비교적 트인 들판이 있으므로 이런 이름을 붙이기에 알맞았던 모양이다. 고려조에는 군마 생산을 위한 목마장(牧馬場)으로 제주도가 각광을 받을 때, 서귀포쪽의 말 집산지이자 출륙을 위한 수송지로서 알려진 곳, 그래서 그런지 한 때 당포(唐浦)로 통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리며 메밀축제로 이름을 얻어가는 안덕면 광평리(廣坪里)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漢)이라는 단어 역시 ‘넓다 혹은 크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제주에서 가장 큰 내인 한천(漢川)이 그렇다. 이와 관련하여 한림(翰林)은 또 하나의 변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수풀, 큰 수풀의 의미를 안은 ‘한 숲’에서 비롯된 땅 이름이다. 한을 한(翰)으로 이두 방식으로 표기했을 뿐이다. 제주 서쪽 끝 마을의 이름이 한장(漢場)이다. 이 역시 넓거나 큰[漢] 마당[場]이니, 이 역시 ‘너븐드르’의 변형이라 할 것이다. 아마 제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거의 유일한 곳이 아닐는지. 땅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으로 과거 이곳 너븐드르는 유채꽃이 흐드러졌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오랜만에 찾은 이 곳은 청보리에 갇혀있었다. 경쾌한 봄바람에 청보리가 일렁이며 너울이 이는데 그 너울에 갇힌 시골집 한 채가 사뭇 인상적이어서 셔터스피드를 낮추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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