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업은 또 다른 업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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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업은 또 다른 업을 낳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6.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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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우(재가불자, 교사)

많은 사람이 대부분 그 방향을 좇으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반복되며 방향성을 보이면 그 행위를 ‘업(業)’이라고 한다. 순간순간의 기로에서 어떤 기준으로[意業] 어떤 말[口業]과 행동[身業)]을 반복하여 택한 결과[果報]가 바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내 부모와 나라, 성별은 모름지기 전생의 업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생에 만들어진 습관들은 다음 생에서는 전생의 업으로 작용될 것이다.
업은 윤회를 반복하게 하는 강력한 사슬이며 생과 생으로 계승된다. 그래서 불자들은 자신이 반복하는 행위, 자신의 업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선업을 쌓으려고 힘쓴다. 이번 부처님오신날 기도발원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업장소멸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업장소멸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를 규정짓는 공업(共業)이 요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 사찰의 법요식 기도발원문이나 스님들의 법문이 예전에는 개인과 가정의 발복기원을 축원했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커졌다. 나아가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이 과도하게 자연을 왜곡하는 보다 큰 연관성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전 세계적인 평화를 발원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그만큼 우리는 전세계가, 아니 온 우주와 연계되어 있다는 인드라망의 요의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불교계는 산문폐쇄와 적절한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청결 공업’을 잘 준수해왔다. 그래서 불교계는 사회적인 지탄이 될 만한 바이러스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 특히 큰 소득은 우리 불교가 생명을 우선하는 호국불교의 전통이 근저에 강하게 깔려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오랜 호국불교의 공업이 지금에 와서 청정불교를 호지하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행위를 반복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이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종종 망각한다.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깨달음을 준 것은 아닌지 부처님오신날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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