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관스님 탄신 155주년기념 제6회 신행수기 당선작 "꼬라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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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려관스님 탄신 155주년기념 제6회 신행수기 당선작 "꼬라순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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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자

 

“와 입춘대길을 직접 쓰셨네요.” 입춘 때 붙이라고 스님께서 직접 글과 그림을 그려서 꼬라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10년 전 한 언론인에 의해 만든 길, 올레길을 걸어야 제주도 사람인가 할 정도로 여기저기 올레길이 한참일 때 나도 올레길이나 다녀볼까 하며 신문을 보는데 사회면 한쪽에 ‘걸으며 기도하며’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에게 “우리도 가볼까 걷기도 하고 기도도 한데” 걷기만 하는 것보다 기도까지 하니 좋겠다 싶어 남편에게 말을 하니 ‘그럼 가볼까’ 하여 시작한 꼬라순례가 10년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걸어서 제주도 한 바퀴를 도는데 약2년 정도 걸린다. 한라산을 탑이라 생각하고 탑 주위를 도는 순례길이다. 
처음엔 순례라 하여 생소했다. 그동안 난 절이라면 일년에 한번 석가 탄신일이나 가는 게 고작이였다. 그런데 순례를 한다니 제주에 절이 뭐 얼마나 되겠어 하며 참여했다. 
때는 3월이라 걷기에 아주 적합한 날씨며, 겨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꼬라 순례를 남편과 시작했다. 조천 고관사에서 시작하여 조천에서 회양한다. “우리 꼬라 순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고 걸을 것이고 부처님 행을 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는 지도 법사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시작된 순례길, 간단한 간식과 점심으로 먹을 라면 김밥을 가지고 순례길을 걷는다. 
걸으며 절이 보이면 절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주지 스님의 절 이야기를 들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끼는데, 남편의 생각은 다른지 순례를 다녀올 때마다 불평이 한 바가지다. 누구는 어떻고, 그 길은 어떻고, 날씨는 어떻고, 등등 다음엔 안 가겠다 하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다음달엔 가지 않을 줄 알고 순례날이 되면 물어본다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면 같이 간다고 한다. 다녀 오면 어김없이 또 불평이 이어진다. 도대체 이사람 시각은 어딜 보는지 알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절에 가면 소원을 빈다. 자식공부, 남편사업, 건강, 나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꼬라를 다니면서 소원이 바뀌었다. 불평쟁이 남편의 성격을 바꾸도록 해주십사 하고, 평소에도 자기 마음에 안들면 소리를 버럭하고 조용히 말해도 될걸 큰소리로 말하고, 사람들은 나보고 저런 사람하고 어찌 살아요 하지만, 화나는 시간만 지나면 괜찮아져요 하며 참는다. 
부처님은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신다니까 이번에 간절히 빌면 들어 주시겠지 하면서 한번도 빼먹지 않고 다녔다. 봄에 시작한 꼬라순례가 열 번의 봄이 되는 동안 딸은 출가하여 두명의 자녀를, 아들도 제 짝을 만나 자녀를 놓았다. 막내도 내년이면 장가를 간다. 남편의 급한 성격은 그대로이나 자신이 조심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일념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다니고 있는 꼬라순례는 인도성지까지 갈수있게 해주었다. 아잔타 석굴에서 기도는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을 끌어올려 내가 마치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내가 어떤 인연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오로지 고맙고 감격 그 자체였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갔고 어머니에 이어지는 절에 가는 것은 일상이였다. 다른 종교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대를 이어 우리 세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절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큰아들 작은 아들이 군대에서 반야심경을 외워 온 것을 보고 내가 행하여 온 신앙 생활은 잘못된 것이 아니였음을 아들들을 보면서 확신했다.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내가 했듯이 우리 아들들에게도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부모가 하는 것을 보면서 이어지는 꼬라순례 신앙생활은 나의 손자도 가끔 함께 걷고 있다. 걸으며 기도하며는 우선 스님과 함께 걷는다는 것이 제일 좋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같은 뜻을 가졌으니 오고 가는 대화도 절 이야기로 이어진다. 처음 걸을 땐 그저 따라 가는 정도 였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에게 같이 가자 하면 얼른 같이 간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삶에 충실하고 꼬라 가는 날, 남편이 이제는 먼저 가방을 챙긴다. 10년 동안 남편과의 순례길을 같이하면서 깨달은 건 남편으로 보지 말고 친구이며 도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으로 보면 욕심이 생겼고 편하게 보지 못하는 내 마음이 괴로웠다. 불평하는 남편을 고치겠다는 것도 나의 욕심에서 비롯됨을 알았다. 
앞으로 계속 할 순례길, 욕심과 어리석은 나를 위해 기도 해야겠다. “참회합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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