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관스님 탄신 155주년기념 제6회 신행수기 우수작 "내 안의 씨앗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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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려관스님 탄신 155주년기념 제6회 신행수기 우수작 "내 안의 씨앗을 찾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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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아

 

신행수기를 작성하며 제가 불교와 함께하게 된 인연을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새벽 일찍 부모님을 따라 절에 나서던 모습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7살 남짓 했던 저는 법당에 계시는 불상 안에 진짜 부처님이 계시는 줄 알고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엄마한테 야단 들었던 일, 받아쓰기 60점 맞았던 일을 마음속으로 얼마나 열심히 이야기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부처님과 함께 하며 성인이 된 지금도 속상했던 일, 복잡한 고민이 있을 때에는 제일먼저 사찰을 찾아 부처님을 뵙고 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렇게 평범한 불자로 지내던 어느 날, 저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게 깨닫게 된 특별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첫 취업 후, 저는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내 개인적인 일 보다 직장 생활이 우선이었고, 내 능력보다 버거운 일을 맡아도 내색하지 않고 혼자 이겨내려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에만 목매며 지내온 결과 인정받는 회사생활을 했지만 그런 성취감도 잠시 버거운 업무에 번 아웃이 찾아오고 매일같이 피곤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저는 ‘진짜 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좋아하는 내 모습만 내 스스로 좋아하고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으며, 사회생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제 장점은 단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다가 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더욱 커져 갔습니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캄보디아의 고아원으로 혼자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처음 만난 캄보디아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심한 교통체증, 매연, 더러운 하수구, 파리가 바글바글한 시장 모든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언어조차 원활히 소통할 수 없고 같이하는 한국인도 없다보니 왜 이렇게 힘든 곳으로 왔을까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 역시 아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더욱 많아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고 저는 지쳐버렸습니다. 때 마침 건강까지 나빠져서 봉사활동을 접고 돌아가기 위해 한국으로 메일을 보내고 머리도 식힐 겸 프놈펜의 사찰을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서 한 노스님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스님께서 웃으시며 “사실 밖은 뭐든 괜찮다. 하지만 내면이 괜찮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고 번뇌가 된다. 결국 번뇌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 번뇌가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내 선택에 따라 나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뭐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스스로 마음(내면)을 살펴보아라. 하루 동안 안 되면 이틀 동안, 이틀 동안 안 되면 열흘 동안 내면을 살피면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어떤 길이든 무엇이든 괜찮다”라고 말씀해주시며 실 팔찌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괜찮다는 그 한마디에 그동안 고민들이 떠오르며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그 날 이후 고아원 봉사가 끝나면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지며 매일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기 위한 변화는 우연히 어딘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캄보디아에서의 생활도 달라졌습니다. 더러운 하수구나 매연 냄새 보다는 하수구를 건너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아버지가 먼저 보이고, 교통 체증 속에서도 서로 오토바이가 부딪히지 않게 배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고아원에서도 열악한 환경에 대한 답답함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음가짐 하나 깨달았을 뿐인데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었고 가장 먼저 제가 행복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일 잘하는 제 모습만 좋아하던 제가 진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즐겼는지 알 수 있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듯 했습니다. 
그 후 캄보디아에서는 일정을 늘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내 안에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씨앗과 또 항상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는 아이들, 세상 순수한 미소를 가진 캄보디아 분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끼며 힘을 얻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이의 마음속에 부처의 씨앗이 있다는 말이 와 닿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캄보디아에 다녀온 저를 본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밝아지고 달라진 모습에 많이 부러워하며 자신도 떠나야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럼 저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휴식을 주고 내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기를 추천합니다. 내 안에 모든 답이 있음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부처님께 속상한 일을 털어 놓아서라기보다 내가 모른 채 지나갔던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부처님의 씨앗이 있음을 알게 해주었던 모든 시간들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마음의 씨앗을 잘 가꾸어 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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