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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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00)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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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말을 엮어
늘어 놓는 천마디 말보다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한마디가
훨씬 뛰어난 말이다.

- 사형집행인 탐바다티까 이야기 -

탐바다티까(Tambadathika)는 55년 동안 도둑처형인으로 살았다. 은퇴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점심으로 먹을 쌀죽을 끓여놓고 강으로 목욕을 하러갔다. 목욕후 바로 먹을 요량으로 죽을 미리 끓여 놓은 것이다. 목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죽을 먹으려는데, 삼매에서 깨어난 사리불 존자가 탁발을 나와 그의 집 문앞에 서있었다. 
사리불존자를 본 탐바다티까는 생각하기를, “내 평생토록 도둑들을 처형하는 일만 하고 살았다. 이제 나도 장로에게 공양을 올려야겠다”라고.
그렇게 해서 탐바다티까는 장로를 집으로 청해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렸다. 
공양후 장로는 법문을 했지만 탐바다티까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집행인으로 살았던 과거가 떠올라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안 장로는 그에게 “도둑들의 사형을 집행할 때 죽이고 싶어서였는가? 아니면 죽이라는 명을 받아서였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왕의 명령에 의해서였지 자신은 죽일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로는 “만약 그렇다면 그대는 죄가 있는가? 없는가?” 라고 질문하자 생각을 해보고, 자신은 그 악행에 “책임이 없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자 그의 마음은 진정이 되었고 장로에게 계속해서 법문을 청했다. 
그가 집중하여 법문을 듣자 예류도에 곧 이를 수가 있게 되었고 ‘anuloma nana(통찰지혜)’에 도달했다. 법문이 끝나고 탐바다티까는 장로를 동네 어귀까지 배웅을 하고 돌아가다 암소로 변한 귀신에 받쳐 죽었다.
그날저녁 대중들이 모인 자리에 부처님이 오시자 대중들은 탐바다티까의 죽음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가 어디에 다시 태어났는지를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그가 평생 끔찍한 일을 하며 살았지만 장로의 법문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으며 죽기 전에 이미 ‘anuloma nana(통찰지혜)’를 성취했기에 도솔천에 태어났다고 하셨다. 
그러자 비구들은 단 한번 법문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법문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의미 있는 단 한마디가 많은 이익이 있다”라고 하시며 게송을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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