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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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0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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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쓸모없는 구절을 모아
엮어 놓은 천 편의 시보다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한편의 시가
훨씬 뛰어난 시다.

- 나무판자 옷을 입은 바히야 이야기 -

한때 한 무리의 상인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난파되어 한 사람만 살아남고 모두 죽었다. 
유일한 생존자는 판자에 의지해 표류하다 해안으로 떠밀려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수파라카(Supparaka)’라고 하는 것이었다. 
표류 중에 옷은 다 찢겨져 나가 벌거숭이로 된 그는 판자조각으로 벗은 몸을 겨우 가리고 그릇을 하나 주어 들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네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오가던 사람들은 그에게 밥과 죽을 주었고, 몇몇은 그가 ‘아라한’일지도 모른다며 칭송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입을만한 옷도 주었지만, 그는 거절을 했다. 옷을 입고 멀쩡해 보이면 먹을 것 등을 얻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몇몇 사람이 자신을 보고 아라한이라 했기에 그 자신도 자신이 아라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가 그런 사견에 지고 판자조각을 옷처럼 가리고 있어 ‘Bahiya daruciriya’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때 (과거 어느 한때 친구였던) 대범천(Mahabrahma) 은 어긋나가고 있는 바히야(bahiya)를 보고 그가 더 이상 타락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밤중에 대범천은 바히야에게 와서 “바히야, 넌 아직 아라한이 아니야, 그리고 그보다도 넌 아라한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자 바히야는 대범천을 보고 “그래 난 아라한이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대가 말했듯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이제 알겠다. 그런데 이 세상에 아라한이 있기는 한거냐?” 라고 했다. 
그러자 대범천은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시는 부처님께서는 완벽한 아라한이시라고 말했다. 
바히야는 자신의 엄청난 과오를 깨닫고 몹시 상심해서 사위성을 향해 도망갔다. 대범천은 신통력으로 그가 120요자나 떨어진 사위성까지를 하룻밤에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위성에 도착한 바히야는 부처님께서 수행자들과 함께 탁발하시는 모습을 보고 공손히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법문을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아직 탁발이 끝나지 않으셨기에 법문할 시간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바히야는 다시 범문을 청하며 “부처님, 누구도 부처님의 목숨이나 제 목숨의 위험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하니 부디 제게 법을 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가 120요자나 거리를 하룻밤 만에 왔고, 또 부처님을 뵌 흥분으로 들떠있음을 아셨기에 바로 법문을 해주시지 않고 그의 마음이 진정된 후에 해주시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히야가 계속 졸라대자 부처님께서는 서신 채로 말씀하셨다. 
“바히야여, 그대가 어떤 것을 보면 그 보이는 것에 집중하라(sati). 어떤 소리를 들으면 그저 들리는 그 소리에 집중하라. 어떤 것을 먹거나 그 냄새나 맛에 집중하라(감각). 무엇을 생각하면 그것에 집중하라.”
법문을 듣고 바히야는 아라한과를 성취했고,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가사와 발우, 또 그의 비구의 필수품(비구8물)을 준비해 오라고 하셨다. 
바히야는 그 물건들을 구하러 가던 길에 암소에 받쳐 죽었다. 암소는 여자귀신이 변한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공양 후 정사로 돌아오시다가 죽은 바히야의 시신이 쓰레기 더미위에 있는 것을 보시고 그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해를 스투파 안에 안치하라고 하셨다. 
기원정사로 돌아오신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바히야는 열반을 성취했다고 하시며, 道(Maga)를 성취하기로는 바히야가 가장 빠르고 가장 훌륭하다고 하셨다. 
대중들은 의구심을 갖고 어떻게 언제 바히야가 아라한과를 성취했는가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바히야는 탁발 중 길 위에서 내 말을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아라한과를 성취했다고 하셨다. 
대중들은 몇 마디의 법문으로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지 의아해 하자 부처님께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문장의 수나 법문의 길이가 아니라고 하시며 게송을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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