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안이나 하나씩은 있기 마련 - 교지(敎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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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안이나 하나씩은 있기 마련 - 교지(敎旨)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7.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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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선 선생이 들려주는 제주의 고문서 이야기 ③
문창선(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문창선(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교지(敎旨)란 국왕이 신하나 백성들에게 관직(官職)·품계(品階)·자격(資格)·시호(諡號) 등을 내려주는 문서로서 오늘날의 임명장·발령장·자격증과 같은 것이다. 조선초기에는 왕지(王旨)·관교(官敎), 대한제국시대에는 칙령(勅令)이라고도 하였다. 교지의 종류는 고신교지(告身敎旨)·급제교지(及第敎旨)·추증교지(追贈敎旨)·시호교지(諡號敎旨)·사패교지(賜牌敎旨) 등이 있다.
고신교지는 관리에게 벼슬과 품계를 내려주는 일종의 발령장이다. 급제교지는 과거시험에 합격자에게 내리는 것으로 홍패(紅牌)와 백패(白牌)가 있다. 추증교지는 죽은 뒤에 관직과 품계를 올려주는 것이고, 시호교지는 제왕(帝王)·경상(卿相)·유현(儒賢)이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칭송하여 임금이 이름을 내리는 것이다. 사패교지는 왕이 특별히 토지나 물건을 하사하거나 신역(身役)을 면제하여 주는 것이다. 교지는 해당 가문의 권위를 나타내는 자료로서 대개 양반가문에 전래하는 고문서의 주종을 이룬다.

 

[원문]
敎旨
貞夫人成  /  氏爲貞敬  /  夫人者
丁卯二月日
崇政大夫行禮曹判書兼判義府事吳取善妻依法典從夫職
[職印 1顆]

[번역]
정부인 성씨를 정경부인으로 삼을 것.
정묘년 2월 일
숭정대부행예조판서겸판의부사인 오취선의 처는 법전에 의거해 남편의 직을 따름.

[해설]
정묘년 2월에 내린 정부인(貞夫人) 성(成)씨를 정경(貞敬)부인으로 임명한다는 교지이다. 왼쪽 끝 작은 글씨로 쓰인 글, ‘오취선(吳取善)의 처는 법전에 의거해 남편의 직을 따름[吳取善妻依法典從夫職]’이라는 대목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대원칙이었다. 그러니 조선시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란 전적으로 남편의 출세에 따랐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오취선(吳取善), 본관은 해주(海州)이고 자는 순위(舜爲). 군수 오경원(吳慶元)의 손자, 오현상(吳顯相)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성재순(成載淳)의 딸이다. 1827년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겸설서·규장각직각·이조참의·대사성이 되었고, 1851년(철종 2) 대사헌 이노병(李魯秉)이 영의정 권돈인(權敦仁)과 인사를 둘러싸고 말썽을 빚어 물러나자 대사헌이 된 뒤 여러 번 그 직을 맡았고, 철종 말년에 판서가 되었다. 대원군이 정권을 잡은 뒤에도 중용되어 예조판서·홍문관제학·의정부우참찬 등의 고위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가 성씨였는데, 부인 역시 성씨인 것이 이채롭다.
참고로 남편들의 품계에 따라 주어지는 여성의 작호는, 1품 정경부인·2품 정부인·정 3품 숙부인·종 3품 숙인·4품 영인5·품 공인·6품 선인·7품 안인·8품 단인·9품은 유인이라 한다. 벌초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도내의 많은 비석들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작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니, 한번 눈여겨 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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