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칼럼 - 11대 제주도의회 출범‘드림제주21’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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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칼럼 - 11대 제주도의회 출범‘드림제주21’에 기대한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8.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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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전 행정부지사 수필가
김호성/ 전 행정부지사 수필가

지역의 발전은 집행부와 의회라는 두 바퀴가 잘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기관 구성형태는 크게 기관통합형과 기관대립형이 있다.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기관대립형 가운데 ‘집행기관장 직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기관대립형은 주민이 직접 선출한 도지사, 시장, 군수가 인사권과 조직권, 예산편성 및 집행권 등을 가져 기관장 권한이 막강하다. 막강한 권력에 대한 의회의 비판과 견제는 당연하고 기관대립형의 속성이기도 하다. 반면에 기관통합형은 의원내각책임제와 같은 성격으로 의원들이 집행부의 부서장이 돼 의회 자체가 곧 집행부이기 때문에 의원들에게 책임이 수반된다. 
그동안 경험으로나 지방자치를 연구하면서 지방의회 구성형태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의회와 집행부는 원래 둘이 아니고 하나란 것을 인식하게 됐다.  
필자는 공직생활 38년 동안 특히 부지사 재직 시절 의회와 의견 차이를 보이는 일이 많았다. 타협하는 사례도 많았지만 협치가 실패했을 때 도지사의 방침대로 가기 때문에 직업공무원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의회가 거수기가 돼서도 안 되지만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비판을 잘하는 의원이 인기가 있어 다음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도지사는 방어하는 것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의회와 도지사가 늘 싸우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비록 의회가 기관대립형이지만 기관통합형의 마인드를 가졌으면 했다. 
왜냐하면 의원들도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도민이 뽑은 선출직이다. 도정 책임이 도지사만의 것이겠는가. 도민의 대변자인 의원들의 책임도 함께 심판받아야 한다. 
따라서 집행부와 의회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과 조화로운 협치로 도정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다만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결실과 업적을 도지사만 독식하지 말고 의회와 공유하는 것이며 대신에 의회가 사회적 도민 갈등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책임도 공유하는 것이 선출직으로서 도민에 보답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11대 좌남수 의장단이 출범하면서 발간한 ‘드림제주21’을 살펴보니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보여 기대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 의회와 집행부는 ‘공명조’와 같은 운명 공동체라는 것이다.  공명조는 머리가 두 개인 새다. 사이가 좋을 때는 극락새였지만 어느 한 머리가 혼자 독식하자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여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는 전설의 새가 바로 공명조다.  
둘째, 고슴도치 이론도 등장했다.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체온을 유지한다는 데서 유래된 이론이다. 의회와 집행부는 고슴도치 이론처럼 서로 찌르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도정을 발전시키는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 
셋째, 각 상임위원장의 결의도 대단했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집행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 “합리적 비판과 전문적인 견제로 제주교육을 견인하겠다”, “환경보전과 도시 개발의 균형을 이루겠다”, “1차 산업 역량을 강화하겠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 등이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의원들이 전문적인 토론을 통해 비판과 견제를 하겠다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특집으로 2018년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고(故)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을 다뤘다. 문 전 서장은 1950년 8월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 명령을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며 거부해 수많은 도민의 생명을 구했다. 그의 의로운 활동을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 교훈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한정된 사회적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나타나는 참여자 간의 갈등을 대화와 협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협치는 새의 양 날개와 같다. 
도민을 위한 봉사의 임기가 고작 2년, 그렇게 길지 않다. 짤막한 임기 동안 11대 의회는 ‘드림제주21’에서 표방한 운명 공동체로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타협으로 대망의 큰 업적을 남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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