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천 김대규 화백의 제주불교 화첩기행 [11] 오랜 역사와 4.3아픔 간직한 문화재 사찰-하도리 금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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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천 김대규 화백의 제주불교 화첩기행 [11] 오랜 역사와 4.3아픔 간직한 문화재 사찰-하도리 금붕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8.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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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금붕사는 구좌읍 하도리 994-3번지에 있다. 이곳은 고려시대에 돈수암이라는 절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돈수암에 대해서는『신증동국여지승람』에 在州東八十里라는 기록이 있고,『증보탐라지』에도 “濟州邑東三十二里許에 在하니 今廢”라는 기록이 있다. 돈수암지에서는 백자 4점이 출토되었다. 기종은 접시만 확인되었으며 모두 문양이 없고 지방 가마에서 포개구이하여 제작한 조질 백자로 확인되었다. 또한 무문 암키와편 1점도 수습되었다.
이 돈수암 터에서 구좌읍 하도리 김대승각 화주가 초가 내에 불상을 모시고 신앙생활을 하다가 1926년 10월 도감 이성봉(속명 이준구) 스님과 함께 초가 25평 법당을 세우면서 금붕사를 창건하였다. 1932년경 최청산의 주도 아래 승려 교육이 실시되었으며, 1937년에는 두 달에 걸쳐 법화산림 대작불사를 거행하기도 하였다. 1938년에는 금붕사 경내에서 불교 예법에 따른 혼례식을 거행하여 신도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938년 5월에 38평의 법당을 신축했으며, 이듬해인 1939년에는 낙성식을 거행하였다.
제주4·3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성봉 스님은 하도리 창흥동으로 피신하여, 낮에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저녁에는 속가인 창흥동으로 내려오는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동년 11월 21일 동네 목동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스님이 토벌대에 의해 총살당하고, 금붕사는 불태워졌다. 그의 유해는 고향인 행원리에 옮겨졌다. 스님이 흙으로 빚어 직접 만든 나한상도 이 때 소실되었다.
금붕사 복원은 1950년 법인을 시작으로 1964년 수암이 주지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66년 명부전과 요사를 건립하고, 1978년에는 대웅전을 중건했다. 1981년 청동 순금 도금 삼존불상 불사, 1984년 국묵담 대종사 사리탑 봉안, 1987년 47평의 십선전과 소요각 등을 건립하였다. 1997년 11월 9일에는 대웅전과 종각을 새로 완공하고 2004년 나유타 합창단을 창설해 명실상부 구좌읍 지역의 불교 포교 중심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로천 김대규화백과 고영철 향토사학자가 금붕사 앞뜰에서 화폭구상과 집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로천 김대규화백과 고영철 향토사학자가 금붕사 앞뜰에서 화폭구상과 집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금붕사에는 조선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오백나한도」가 보존되어 있다. 이「오백나한도」는 4·3 당시 스님이 총살당하고 법당이 불타는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남아 보전되어왔다. 1995년에 필자가 만난 주지스님은 ‘처음 이 절에 왔을 때부터 걸려 있었는데 배접한 종이가 가루처럼 부식되어서 궤 속에 보관하기를 20년쯤 하고 나서 최근에 다시 표구해서 걸어 놓았다’고 했다. 지금은 액자에 넣었는데 유리를 끼웠다.
「오백나한도」는 526분을 그렸는데 오백나한 중 한 분을 중심에 배치하고 나머지 나한 신중을 부분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림에서 보이는 특징은 첫째, 황인·백인·흑인이 모두 등장하고 있다. 둘째, 인물의 표정과 시선 방향·동작이 모두 제각각이다. 세째, 등장인물의 복식(服飾)이 옛 중국 옷을 닮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이런 모습을 그린 불화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제작 시기에 대해서는 필자가 1995년, 2008년에 만난 주지스님의 이야기로는 “제주대학교 모 교수가 보고 조선 초기 작품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다. 또 원광대 불교미술전공 교수가 보고 말하기를 200년 이상 된 작품이라고 감정했다”고 하였다. 2020년 8월에도 전문가 감정이 있었는데 20세기 초 우리나라 화사들에 의해 그려진 그림으로 판단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등록문화재 신청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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