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긍정적인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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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긍정적인 밥"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9.0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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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962~)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시인은 충북 충주 출신으로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마니산에 반하여 강화도에서 전업시인으로 자연에 묻혀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도시문명,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 한 편에 원고료라도 받았으니 다행이다 싶다. 원고료 주는 문학잡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도...
윗 시의 화지는 시 한 편이 삼 만원이라는 것은 너무 박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삼 만원이면 쌀 두 말의 값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시가 따뜻한 밥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한다. 여기서 화자는 시 한 편 즉 문학을 삼 만원이라는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는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나 문학을 가치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물질적인 기준으로만 보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질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시에는 정신의 밥 한 그릇과 가슴을 데워주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들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욕망 때문에 누군가에게 쌀 한 말, 국밥 한 그릇, 소금 한 됫박이 되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긍정적으로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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