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침묵으로 소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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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침묵으로 소통하는 법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9.0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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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대로 늘어나고, 제주도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불교계도 법회와 각종 행사가 중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어느덧 코로나로 인한 불편한 상황이 도리어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적 욕망에 편중해왔다. 그래서 하루라도 물질적 소비와 물질적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괴로워한다. 이러한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존재의 바탕인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선가의 스승들은 참다운 내면의 세계를 개척하려면 비움과 겸손을 앞세우라고 권했다. 덜어내고 비운다는 것은 자기 발견을 위한 준비라, 지난 시절의 방식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인류역사가 모두 쓸모없다는 게 아니라, 물질주의적 생각을 다이어트해서 새로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유독 긴 장마와 태풍, 무더운 날씨와 코로나로 점철된 여름이 물러가고 이제 명상과 사색의 계절이 왔다. 명상과 사색은 오랜 시간 우리 안에 눌러 붙어있던 어두운 고통의 마음을 걷어내는 치료제이다. 우리가 지치고 고통 받은 마음을 잘 챙길 때 일어나는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지낼 때와는 달리 올바른 마음챙김으로 나아갈 때는 바깥세계는 그 전과는 판이하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챙김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평소에 마음을 닦는 수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어느 날 문득 그러한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기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을은 마음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우리의 마음을 사색하게 하는 분위기로 이끌 수 있다. 절에 가서 기도를 하거나 명상과 참선에 들면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살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듯이 지난 시간의 그릇된 욕망과 집착을 벗어던지면 새로운 나를 넣어 물처럼 유장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산과 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아늑하게 자리한 절과 절을 이어주는 제주불교 성지순례길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새롭게 열린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로소 우리의 진면목과 침묵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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