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행수기 - 절망에서 다시 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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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수기 - 절망에서 다시 기적으로
  • 고한조 (서귀포불교대학 제 29기)
  • 승인 2020.09.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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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조 (서귀포불교대학 제 29기)
고한조 (서귀포불교대학 제 29기)

제주 4.3이란 광풍의 회오리속으로 빨려 들어간 나는 내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부친을 여의고 초토화 되어버린 고향을 뒤돌아보며 떠난 피난길은 멀고도 험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피난길.... 그 자체는 바로 절망이었다. 그 당시 참상을 어떻게 다 나열할 수가 있을까. 신은 나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시면서 또 그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주신 것 같다. 신을 원망한다거나 달리 방법이 없었고 그저 내 운명으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시련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하여 모진 세파에 시달리며 멀고도 험한 가시밭길을 달려왔다.
‘언젠가는 꽃길도 오겠지’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참으로 힘들고 외로운 고난의 행군이 무려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재물은 못 줬지만 아주 특별한 유산을 주시고 가셨다. 그 유산이란 바로 나의 건강이다. 활력 넘치는 나의 건강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값진 유산은 그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사는 동안 다섯 번의 죽을 고비도 피할 수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의 삶도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절망에서 드디어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나서 사회봉사에도 시야를 넓혀갔다. 
불행했던 나의 과거의 기억은 어려운 이웃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봉사활동 시작이 늦었기에 남들보다 두 배로 봉사하기 위해 봉사단체 두 곳에 가입했다. 봉사현장은 할 일도 많고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았다. 
열심히 하다 보니 2003년도에 행자부장관 표창과 2007년도에는 자원봉사부문 대통령 표창도 수상했다. 그러나 그 수상을 나는 영광이기보다는 앞으로 더욱 더 봉사활동에 매진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20여년 전부터 신행단체인 서귀포불교정토거사림회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신행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내가 오랜 세월 동안 갈망했던 면학의 꿈을 서귀포불교대학에서 이루고 나서야, 나의 신행도 빛을 보게 되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야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도 늦은 깨달음이었다. 
불교대학 시절은 만학도인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고, 부처님의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생면부지였던 수많은 법우들을 만나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들과 함께 했던 학창시절과 여러 행사를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추억들은 나의 뇌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받기만 했던 부처님의 은혜에 보은하는 길은, 이제부터 치열한 정진으로 부처가 되어 부처님의 진리를 이 세상 온 누리에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구촌의 온 인류가 고통 받고 있는 이 난세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모든 중생들에게 포근하게 내리쬐기를 간절히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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