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등을 더 높이, 더 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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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등을 더 높이, 더 밝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9.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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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승석 편집인, 창간31주년 메시지 -

 

지난 12일은 본지 창간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불법정론·불국정토’의 구현이라는 창간 이념으로 스스로 진리의 등불이 되어 법등(法燈)을 밝힘으로써 반야바라밀 국토를 건설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오랜 무명에 갇혀 있던 제주에 반야의 빛을 환히 비추고자 앞장섰던 선지식들은 하나둘씩 떠나거나 은퇴하고 이제 필자 홀로 남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성목(成木)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흔들리는 성장 통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 사부대중의 시은(施恩)에 힘입어 태풍이 몰아쳐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거목이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창간 축하의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는데, 제주사회 목탁으로서의 자량을 키우라는 쓴 소리로 받아들이고 싶다.
본지의 31년 기억들이 생생하다. 창간 이후 전법과 신행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고자 애썼고, 다른 시·도의 불교신문들이 해보지 못한 교리문답이나 포교전략 등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기도 하고 한문경전을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알기 쉬운 비유와 말로 풀이한 법문을 연재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그릇된 견해가 회오리칠 때는 그 단체나 회중이 스스로 자정(自淨)하기를 기다려 침묵하기도 했다. 하지만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각(覺) 중심의 불사를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어떻게 깨달을 것인가? 또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인가? 이는 우리의 영원한 화두이다. 원효 대사가 알았던 불교는 절대로 이 현실을 떠나 꿈속이거나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필자는 믿는다. 원효가 생각한 불교의 최고 목적은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 내가 당장 부처가 되고 세계가 당장 불국토가 되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은 ‘전도(傳道)선언’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했다. 제주불교의 존재이유가 이 선언 속에 있다. 지금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불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겠다. 
2020년을 넘어서면서 본지는 안팎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내적으로는  불교문화와 시대의 트렌드를 불교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것. 외적으로는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전환되면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그에 따라 부분 컬러가 도입되고 디자인도 세련되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뉴스의 속도전에서나 전파의 영역 등에서, 공중파 방송이나 인터넷 신문, SNS, YouTube 등의 언론매체와 견줄 수 없지만 느림과 신중함과 소통의 깊이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신문이 갖는 독특한 공간과 영역이 있다.    
제주불교의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도민이 행복한 제주사회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본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도해 온 주제이다. 
새해 벽두부터 미세먼지의 공습경보가 울리고, 북한의 비핵화 포기와 핵 전술 및 전략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불안감과 불편함이 상승하는 가운데, 코로나 전염병의 창궐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땅을 오염시키고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불만족을 가져오는 탐·진·치의 3독심을 씻어내는 방법은 물 없는 목욕, 즉 명상 밖에 없다. 제주를 ‘명상의 섬’, ‘힐링의 섬’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여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닌지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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