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자화상-오세영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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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자화상-오세영 (1942~ )"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0.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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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낟알이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人家)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오세영 시인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1968년『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다. 윗 시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성찰하게 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까마귀는 “먼 설원을 보는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날카로운 부리”를 가졌다. 그리고 까마귀는 사색으로서 세계를 “굽어보는” ‘눈’ ‘이마’ ‘부리’ 등의 이미지로서 내면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까마귀는 “얼어붙은 지상에는 인가(人家)의 안마당을 넘보”는 까치와는 크게 다르다고 노래하고 있다.까치는 상황에 따라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 하지만, 서정적 자아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말없이/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검은 까마귀가 되리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렇게 ‘자기 성찰’과 ‘번뇌’를 통하여 변치 않고, 이상의 세계를 동경하는 모습은 참으로 뜻이 높고 고상한 마음과 자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까마귀처럼 살겠다고 하면서 까치처럼 살고있는지, 아니면 까치처럼 살면서 까마귀처럼 살고 있는 듯 행세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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