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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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1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0.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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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게으르고 정진하지 않는다면
부지런히 노력하며 사는
그 하루가 훨씬 낫다.

- 사빠다사(Sappadasa)장로 이야기 -

사빠다사는 숫도다나 왕의 제사장 아들로 부처님께서 고향을 방문했을 당시 출가하여 25년간 비구생활을 했으나 못된 습관과 게으름으로 수행이 진전이 없었다. 

한때 수행자로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한 스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환속하려니 수치스럽고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도 저도 아닐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느날 독사가 들어있는 항아리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독사는 그의 손을 물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 생에서 한때 그 독사는 비구의 하인이었고, 비구는 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빠디사(Sappadasa) Sappa=뱀, dasa=노예
어느날 그는 면도칼로 목을 그어 죽으려고 마음먹고 한 나무로 가서 나뭇가지에 목을 기대고 면도칼로 숨통을 그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전 생애동안 비구로 맑게 살아온 일이 스쳐 지나가며 그의 몸은 ‘법열(piti)’와 ‘행복(sukha)’으로 전율했다. 그리고 법열이 사라지고 그는 마음을 오롯하게 하여 통찰지의 개발수행에 전념했고, 곧 아라한과를 성취하고 정사로 돌아왔다. 
정사로 돌아온 그를 보고 도반들이 어디에 갔다 왔으며 손에 든 면도칼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죽으려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안 죽었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처음엔 이 칼을 목에 그어 숨통을 끊으려 했지만 나는 통찰지의 칼로 ‘번뇌(kilesa)’를 끊었소”라고 말했다. 비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부처님께 가서 “부처님. 이 비구는 면도칼로 자신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 아라한과를 성취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아라한과를 성취하는 일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그렇다 비구들이여 가능하다. 누구라도 용맹스럽게(열정적으로) 적정과 통찰지를 위해 정진한다면, 짧은 시간에도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다. 마치 비구가 걷기명상을 할 때 발을 들어 땅에 닿기도 전에 아라한과를 이루는 것과 같다.” 라고 하시며 게송을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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