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선덕사에서는 의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매년 진행해 오던 불교인문학강좌를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 강좌는 김재성 능인대 교수의 명상강좌였는데, 서울과 부산, 강원도와 해외에서도 약 500여 명이 실시간으로 이 강좌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기존의 강좌는 대부분 일정한 공간에 제한된 수강생을 모집해서 대면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온라인을 활용해 지역과 공간에 관계없이 관심 있는 강좌를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매년 가을산사를 장엄했던 법석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불교계는 지역적 특성과 사찰의 역사를 반영해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특히 가을에 개최되는 행사가 많다. 이는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진 경관 덕도 있고, 예산사업의 시기와 맞물려 의미 있는 법석이 이 시기 집중된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과거와 같은 산사음악회와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감염예방을 위해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여왔다.
이번 선덕사에서처럼 실시간 온라인강좌나 옥불사에서의 녹화방식으로 제주전통불교의식행사를 편집하여 내보내는 것은 현장감이 줄어든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면으로 함께 만나 즐기고 공감하는 문화행사는 축소됐지만, 대신 환경과 인류의 미래, 명상과 평화 등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의미있는 환경조성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면 행사처럼 한 곳에 모여 직접 소통하고 함께 공감하는 효과는 다소 약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보다 개인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에 몰두하는 요즘 세대에는 더 적합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보다, 대중과 더 폭넓고 간편하게 소통하는 또 하나의 포교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위기이지만, 각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새로운 여건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불교계도 혁신을 통한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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