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들려주는 건강이야기 (6) - 녹용과 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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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들려주는 건강이야기 (6) - 녹용과 관절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0.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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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증세가 심하지 않아도 미리미리 한의원을 찾아 상담하고 필요한 투약 등을 하시면서, 건강관리를 잘하시던 분이 전화하셔서는 대뜸 녹용(鹿茸)을 얘기하십니다. 갑자기 왜 그러시나 해서 여쭤봤더니, 주변에서 관절 및 골격계에는 녹용만 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고 그러시는데, 이분은 70대 초반의 여성으로 평소 화병(火病) 증세가 있어 열이 자꾸 위로 오르는 느낌이 있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가래가 낀 듯한 증세로 간질간질하고, 눈이 침침하고, 두통이 이유 없이 반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가벼운 단계라, 평소 걷기 운동 등으로 관리를 잘하던 경우였는데, 원하시는 대로 녹용을 처방하면, 오히려 화가 끓어오르면서 효과는 보기는커녕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평소처럼 몸 관리해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올 초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아진 상태라, 면역력 증강이나 몸에 도움이 되는 보약을 처방받으려는 상담이 늘어났는데, 여기서 대표적인 약재가 인삼(요즘은 홍삼), 녹용을 들 수 있습니다.
인삼(人蔘)은 과거 생약을 채취하여 말려서 백삼(白蔘)으로 약으로 활용하던 것이, 보관이 어렵고, 변질이 쉬어서 근래에는 쪄서 말리기를 반복하여 홍삼(紅蔘)으로 가공하여 사용한다고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고, 녹용은 다 자란 사슴의 뿔이 자라올 라서 단단해지다가, 해가 바뀌어 봄이 나면 떨어지고, 새로 뿔이 자라나는데 그 뿔이 단단해지기 전에 잘라서 건조하여 얇게 썰어서 약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한의약에서 대표적인 보정강장(補精强壯)약으로, 대개는 선천적으로 받은 것이 모자라거나, 매우 고된 일이나, 오랜 질병으로 소진된 단계에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주 효과를 “몽정증을 주로 치료하여, 정이 새어나가는 것을 멈추게 한다[主夢泄, 止泄精], 신장이 허한 것을 보익하여, 허리와 신이 허하고 냉한 것을 치료한다[補腎虛, 治腰腎虛冷], 근골을 튼튼하게 한다[壯筋骨], 허리뼈가 아픈 것을 주로 치료한다[主腰脊痛], 이를 나게 하고 튼튼하게 하며 사람을 늙지 않게 한다[能生齒固齒, 令不老]”고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워낙 약효가 강하고 뛰어나서, 과하게 되면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신장(腎臟)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하나로, 단순히 콩팥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면 선천을 저장하고 있는 장기로 보는데, 오장의 기능이 조화롭게 순행되어야 건강한 상태인데, 앞서 얘기했던 분 같은 경우 녹용이 들어가 강하게 작용하면, 갑작스레 화(火)가 치솟아 오르면서 부담이 되는 상태가 와서 기대했던 효과가 아니라, 되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사슴은 넓은 영역에서 무리 생활을 하면서 우두머리 수컷이 한 집단의 번식을 모두 책임지게 되는데, 이 중 우두머리를 가릴 때, 체격과 뿔의 성장 정도가 그 척도가 되어, 심한 경우 서로 뿔을 맞대고 겨루다 목숨을 잃기도 하는데, 여기서 착안하였는지 과거 한때 정력 증강의 묘약으로 흔히 사용되었던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넓은 영역에서 자라는 특성이 있어 사육된 것은 좁은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사슴의 성장 자체를 저해하여 뛰어난 약효를 가진 뿔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국산 녹용의 경우 그 약효를 기대하기 힘든 예가 있고,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수컷이 뿔이 효과를 제대로 하듯이 이를 복용한 사람에게서도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복잡한 환경을 이겨내면서, 수명 연장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측면까지 강조되면서, 평소 건강을 챙기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소개되고 있고, 이들 중에는 도움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만,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에만 의지하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수가 있고, 특히 약재를 활용하려고 한다면 더욱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약은 맞는 시기와 때와 사용하면 좋은 약으로 효과를 보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副作用)이 따르는 독약(毒藥)으로 작용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항상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보수당한의원 김성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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