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고혼들이여,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왕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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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고혼들이여,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왕생 하소서”
  • 이진영 기자
  • 승인 2020.10.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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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춘강, 무연분묘 유주무주애혼고혼 위령천도재 봉행
현파 수상 스님이 영가천도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현파 수상 스님이 영가천도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춘강(이사장 이동한)이 주최하고 춘강정사가 주관한 제 18회 무연분묘유주무주애혼고혼 위령천도재가 내·외빈과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월 18일(일),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에서 봉행되었다. 
사회복지법인 춘강은 추석을 전후해서 무연분묘 유주무주애혼고혼 위령천도재 법회를 해마다 봉행하고 있는데, 올해 18회를 맞고 있다. 이 날 천도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다. 
제1부는 천도의식으로 대령, 상단권공, 화청, 축원 순으로 이어졌고, 2부 추모법회까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사회복지법인 춘강에서 매년 봉행해오고 있는 천도의식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법회(法會)·독경(讀經)·시식(施食)·불공(佛供) 등을 베풀어 죽은 영혼들로 하여금 극락정토에 태어나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부모은중경에도, ‘부처님께서는 한 무더기의 뼈들을 보고 이들은 과거 전생에 나의 조상이었을 것이고, 또 나의 부모도 되었을 것이므로 지금 내가 예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암 성천 스님과 제주불교의식 보존회 회원 스님들 주재로 대령의식을 하고 있다.
구암 성천 스님과 제주불교의식 보존회 회원 스님들 주재로 대령의식을 하고 있다.

 

이동한 이사장은 제주에 돌보는 이 없는 호국영령들과 자손이 없이 성묘 한번 제사 한번 받지 못한 채 구천을 헤매는 연고 없는 수많은 묘가 있음을 안타깝게 여겨 개인적인 원력, ‘이는 조상을 위하는 일이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시작되어, 18회째를 맞는 지금은 제주 불교계의 주요한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제주불교의식 보존회의 바라춤.
제주불교의식 보존회의 바라춤.

 

천도의식으로 구성된 1부는 제주무형문화재 제15호 제주불교의식기능보유자 구암 성천 스님(옥불사 주지)과 제주불교의식 보존회 회원 스님들, 그리고 현파 수상 스님(반야사 주지)의 주재로 거행되었다. 의식은 영가를 청하여 불러온 후 멀리서 온 영가에게 간단한 공양을 제공하고 법문을 들려주어 위로하고 안심시켜서 계속 진행될 천도의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주문의식인 대령으로부터 시작되어, 천도 받을 영가가 비로소 불단에 나아가 부처와 보살께 예배와 공양을 드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게 되는 의식인 상단권공으로 이어졌다. 

법문을 펴는 구암 성천 스님.
법문을 펴는 구암 성천 스님.

 

권공의식은 제주불교의식보존회 여러 스님들의 바라춤과 나비춤으로 장엄하게 치러졌다. 상단권공이 끝난 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면서 재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심을 북돋우는 화청, 축원 순서로 마무리되었다. 2부 천도법회는 조인석 춘강 어울림터 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삼귀의례와 찬불가에 이어 구암 성천 스님(옥불사 주지)을 모시는 청법가로 법회가 시작되었다.
이에 답해 법석에 오른 구암 성천 스님은 사부대중과 함께 입정을 가진 뒤, 법문을 통해 천도재의 연원과 내력을 설명하면서, “천도재는 고대 인도의 조령제(祖靈祭)를 불교에서 수용한 것이다. 당시 인도사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프레타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조령이 되는데, 조령이 되기 위해서는 제를 지내야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때의 프레타는 귀신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굶주려 있고 미혹과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이다. 그래서 종교적 구원이 필요하다.

현파 수상 스님의 영가천도 발원문
현파 수상 스님의 영가천도 발원문

 

그 뒤 중국불교에서는 굶주린 아귀에게 음식을 베푸는 법회라 하였고, 오늘 우리가 봉행하는 천도재로 정착되었다.”라고 하면서, “천도재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인지상정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슬픔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슬플 것이다. 이때 세상을 떠난 그 사람이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보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고 믿으면 어떤가? 위로가 되지 않는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천도재의 본령인 것이지, 다른 게 아니다. 그러니 지금 무주고혼을 위로하는 천도재는 결국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인 것이다.”라는 말로, 오늘 봉행하는 천도재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광명사 연합합창단의 음성공양
광명사 연합합창단의 음성공양

 

현파 수상 스님은 영가천도 발원문을 통해, “극락세계에 계시며 큰 자비와 원력으로 고해중생을 구제하시는 아미타부처님, 오늘 저희 사회복지법인 춘강 가족들은 매년 부처님 전에 지극한 정성으로 조촐한 공양물을 진설하여, 무연분묘 무주고혼 영가님들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 그리고 금년 코로나19로 세상을 달리한 모든 영가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합니다.”라고 서두를 뗀 뒤, “대자비 대광명으로 무연분묘 유주무주 애혼고혼 영가님의 위령천도법회를 봉행하는 이 도량에 강림하시어 극락세계의 맑은 물로 청정하게 하여주시옵기를” 발원했다. 
이어 광명사 연화합창단(단장 오수민)의 ‘하늘꽃’, ‘빛으로 돌아오소서’ 두 곡의 음성공양이 있었다.

영가들을 위해 다라니와 진언을 봉독하는 이동한 이사장
영가들을 위해 다라니와 진언을 봉독하는 이동한 이사장

 

사단법인 춘강 이동한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모신 호국영령, 무연분묘 무주고혼, 코로나19로 세상을 달리하신 모든 영가들을 모시고 우리 춘강 가족들 정성껏 준비한 공양을 받으시고 왕생극락하십시오.”라고 영가들을 위령한 뒤, 직접 영가들을 위한 다라니와 진언을 봉독했다. 또한 천도의식을 주관한 구암 성천 스님과 현파 수상 스님을 비롯한 제주불교의식 보존회 회원 스님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천도재에 참석한 이들에게 오늘 천도재의 인연공덕으로 모두의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축원한다는 인사를 끝으로 법회가 여법하게 회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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