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定慧)결사 선맥 잇는 '육조단경'을 바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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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定慧)결사 선맥 잇는 '육조단경'을 바로 알아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0.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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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운학의 대가 안재철 교수의‘육조단경’연재를 시작하며-
안재철 교수
안재철 교수

 

제주불교신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독자 제위들께 좀 더 깊은 사유거리와 읽을거리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전문가나 명사(名士)들의 지식과 지혜를 지면으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한다. 첫 순서로 현재 대학 강단에서 음운학을 강의하고 있는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안재철 교수를 모셨다. 안재철 교수는 중국음운학을 전공했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맺게 된 불교와의 인연으로 자신의 전공인 음운학을 넘어 불교경전에로 연구영역을 넓혀가면서 끊임없이 성과물을 내놓고 있는 석학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님은 중국음운학을 전공하셨는데, 지금 강의하시는 음운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학문분야입니까?
-음운학(音韻學)은 성운학이라고도 하는데, 중국어의 소리가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어떻게 읽히고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가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말합니다. 성운학은 후한시대에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범어)로 된 불경이 유입되어, 연구의 필요성이 제고되었다고 알려집니다. 위진남북조시대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해서, 수나라에는 ‘절운’이 출간되었고, 그것을 보완하여 당나라에는 ‘당운’이, 또 그것을 보완하여 송나라에는 ‘광운’이 출간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한자음은 대체로 이것들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하기 때문에, 한국한자음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것을 근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 학문은 청나라 때부터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었으며, 그것으로 인하여 한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께서는 전공인 음운학 쪽으로 많은 학문적인 성취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불교 쪽으로 연구방향을 잡게 되셨습니까?
-한 스님과 인연을 맺어, 불교 경전을 읽기 시작한 것도 벌써 20여년이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 간혹 사찰에서 한두 달씩 생활한 적은 있었지만, 불전을 읽은 적도 없었고 간단한 불교교리조차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필자가 중문과교수라는 이유로, 필자에게 강원의 강단에 설 것을 강권하시면서, 맨 처음 내놓은 책이 <치문경훈>이었죠. 덕분에 엄청 끙끙대며 고생했습니다.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지요. 그렇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처지인지라, 전공을 바꾸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발버둥을 치며 1년여의 끔찍한 시간을 거쳐 강의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무모하게 도전했던 <치문경훈> 강의가 저의 학문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셈입니다.

-이번에 연재하게 될 내용이 <육조단경>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이 책에 대한 설명부터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종지로 삼은 고승이 고려 때 지눌(知訥)입니다. 그는 혜능이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따서 자신이 머물던 송광사의 산 이름까지 조계산으로 바꿨다죠. 또한 그곳에서 정혜(定慧)를 이상으로 삼는 정혜결사를 시도하였는데, 그때 후학들을 지도한 내용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또 육조의 문하에서 임제라는 선승이 출현하여 남종선의 맥을 이었는데, 그 뒤의 우리나라 고승들은 거의 임제의 선맥을 잇고 있다고 알려지죠. 따라서 이 책은 사상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면에서도 우리나라의 불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어디선가 <육조단경>은 엄밀한 의미로 말하면 경(經)일 수 없고 조사어록(祖師語錄)으로 분류되어야 하는데도, 해박한 사상성과 간결한 문체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경(經)과 같이 존숭을 받아 오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기고하실 원고의 방향이나 내용을 미리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육조단경>이 이렇게 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대한대도, 한글 현토가 달린 언해(諺解)의 해석조차 틀린 부분이 많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누구하나 고치려하지 않고 금과옥조로 간직하고 받아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입말을 모르고 문언문만을 아는 사람들이 번역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현대중국어를 아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현대를 사는 한국인이 조선시대의 글인 훈민정음을 배우지 않았으면 그것을 해독할 수 없듯이, 현대중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수·당대의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으면, 어록체로 쓰인 불전을 바르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불전번역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제기하고 나서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중국음운학뿐만 아니라 문자학, 문법 등을 연구하였고, <치문경훈>을 강의하면서부터 틈틈이 불교철학을 익히고, 그 이후 <선원제전집도서>, <금강경>, <무문관>, <선요>, <서장> 등도 번역하였기 때문에, 이런 여러 가지 인연들이 어우러져 이것들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재는 또 어떤 인연들을 만들어 낼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격주로 연재를 진행하게 되는데, 끝으로 연재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 처음에는 좀 어려운 내용이겠지만, 세밀하게 따져드는 사항은 그냥 지나치시고 큰 흐름에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단한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문, 특히 음운학을 전공한 중문학자의 시선으로 불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을 꺼내 놓고자 하는 겁니다. ‘어찌 감히 너 따위가 대강백이나 대학자의 번역을 뒤집을 수 있어?’라며 오직 흠만을 잡아 보겠다고 혈안이 되지 말고, ‘그렇구나, 이런 견해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열린 생각을 가지신다면, 제법 읽을 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재철 교수(제주대)는 광주서중, 광주일고,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중국음운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다. 저서에는 <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緇門警訓』의 문법적 이해> <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禪源諸詮集都序』의 이해』><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禪要(上·下)』>『本義로 이해하는 540部首 漢字』> <『本義로 이해하는 상용한자 1200(上·下)』><書狀> 등이 있다. 여러 저서 가운데 <수행자와 중문학자가 함께 풀이한『金剛經』>과 <수행자와 중문학자가 함께 풀이한『無門關』>은 태고종의 대표적인 학승이신 수암 스님(금붕사)과 함께 지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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