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서울 · 1 -서벌 (1939~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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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서울 · 1 -서벌 (1939~200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1.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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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늘
서울에 와
만평萬坪 적막을 사다.

안개처럼 가랑비처럼
흩고 막
뿌릴까 보다.

바닥난 호주머니엔
주고 간
벗이 명함······.

서벌 시조시인은 경남 고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너무 가난해서 고등학교 졸업도 못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시조에 몰입하여 1964년『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평생 소시민으로 살면서 시조를 썼다. 이 작품은 산업사회가 시작되던 70년대 초 서울로 상경했을 때 나그네의 처절한 비애감을 형상화한 가작이다. 
원은희는 그의「서벌 시조연구」머리말에서 “흔들리지 않은 시 정신으로 사회적 통념에 집중했던 기존 시단과 맞선 그의 활약은 시조부흥과 시조 대중화로 이어져 현대시조의 위상을 드높였다. 주제의 차원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룬 ‘서울 1’은 정형시와 자유시의 경계를 초월한 명작으로 현대시조의 전범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실존주의 경향을 띤 현대시조 작품들이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 쓰고 있다. 
서을 한복판에서 적막을 벗어나기 위해 지인들을 만났지만, 남은 건 명함 한 장이라는 매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이미지화 했다. 그래서 이 시조를 읽을 때면 가슴이 얼얼해진다. 몇 년 전 고향인 고성 백세공원에 후배 문인들이 정성을 모아 그의 시비가 세워졌다. 언제쯤일까. 그곳에 가서 서벌 시인의 시향을 느껴보고 싶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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