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혜민 스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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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혜민 스님 사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1.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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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남산타워가 보이는 자택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일반인들의 지적과 현각 스님의 수위 높은 비판을 받았던 혜민 스님이 참회의 뜻과 활동 중단을 밝혔다. 두 스님은 한국사회에서 유명세를 탔던 분들이라 불교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혜민 스님은 미국 햄프셔 칼리지에서 7년간 종교학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 서울로 돌아와 마음치유학교를 만들었다. 특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300만부 이상이나 팔렸다. 더불어 혜민 스님은 훈계가 아닌 공감을 통해 삶의 문제에 다가가고, 추상적 의미를 구체적이고도 쉬운 화법으로 소통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행적을 볼 때 보통사람이라면 많은 재산을 모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보통사람이라면 이번에 문제가 된 강남의 부동산 소유나 외제차 보유 정도는 그리 큰 사건에 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번 일을 대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부처님은 무엇보다 출가자들의 계율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계율은 2,600여 년간 불·법·승 삼보를 호지하는데 절대적인 기반이었다.   
승가란 재산소유와 물질적·감각적 집착을 버리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한 제도인데, 현대에 들어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속가와의 인연으로 자연스레 재산이 형성되면서 일본과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스님들의 재산축적이 사회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상을 띠어온 것이다. 즉 자연스러운 사회경제발전의 결과물일 뿐, 스님들이 재산축적을 위해 탐·진·치 미망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시각에서는 불교에 대해 ‘무소유’를 통한 물질적 청빈과,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 없는 수행자로 존경하는 통념이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스님이 된 이후로 안거수행을 안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지금 대중들은 혜민 스님을 보면서 한국 불교와 스님들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좋은 학력과 다감한 글로 사랑을 받았기에 배신감도 더 크게 증폭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스님과 불자들은 물질적·감각적 욕망과 탐·진·치 제거를 수행의 화두로 삼아 수행정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불교의 문제가 아니라 세류의 흐름에 부응하여 부처님이 경계하라고 했던 계율을 소홀히 했던 소치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더러 극소수 스님들의 일탈이 세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한국불교계의 청정수행과 구도의 길에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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