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풍경-김제현(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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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풍경-김제현(1939~)"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1.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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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이름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 시조시인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1960년『조선일보』신춘문예, 1963년『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경기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시조학회를 창립하여 시조문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이 시조는 산사의 풍경소리를 들은 시적 화자가 고요하고 비어 있는 공간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바람 따라 무심히 우는 풍경도 사실은 혼자서 울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냥 듣고 보는 것은 사물의 겉모습일 뿐이다. 사물의 깊숙한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속내를 보고 듣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오랫동안 마음을 닦아야 하고, 연륜이 있어야 하리라. 아무튼 이 시조는  쓸쓸하고 묵직하며 공허하다. 그 이유는 ‘뎅그렁 뎅그렁’ 울리는 풍경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지 고독 때문일 것이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외로움은 상실감이다. 그러나 고독은 괴롭지만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내 자신과 대면하여 깊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색을 통해 마음에 껴있는 혼돈과 더러움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겉과 내면의 세계를 묘사와 진술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명편이다. 때때로 아름다운 산사에서 풍경소리를 들으며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면, 너덜너덜한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기울 수가 있지 싶다.   (시조시인 오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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