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칼럼 - 트럼피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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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칼럼 - 트럼피즘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2.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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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준 -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임창준 -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이달 초 실시된 미국 대선은 ‘트럼피즘’이라는 새로운 정치 트렌드가 등장해 미국을 이념적으로 두 동강 내는 유산을 남겼다. 이런 이념적 대결은 앞으로도 미국 정치사를 장식하는 주요 장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건국 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 평등함을 추구하는 나라여서 대부분 나라에서 미국적 정치롤 모델로 삼고 본받아 왔다. 신흥국가에선 더욱 그랬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폐기,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같은 폐쇄적 고립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는 백인 보수층의 권익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유세현장에서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으로 묘사하거나, 멕시코 불법 이민자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을 설치했다고도 했다. 이민자가 세워 오늘날의 번영을 구가하는 미국을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경을 꼭꼭 걸어 닫았다.
보호주의 무역과,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한 기후협정 및 WHO(세계보건기구) 탈퇴도 미국을 고립시키며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밀어나갔다. 이런 극단적인 그의 정치행보는 급기야 ‘트럼프즘’(Trampism)이란 기이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미국정치계에서 수준이하로 평가받고 있으나 백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괴이한 현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자신과 미국에게 이익 만능주의란 잣대를 들이대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념과 가치를 회색으로 덧칠했다. 국정을 마치 리얼미티 쇼처럼 이벤트에 몰두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미군 유지비용으로 종전보다 5배 많은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려 했다.
더욱 중요한 건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며 대선 불복을 선언해 미국 사회를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민주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투·개표 부정, 그것도 야당이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보라. 여기에다 그의 가장 큰 해악은 세상을 저질스럽고 비정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하루에 몇 만 명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마스크를 싫어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그 스스로가 노 마스크로 세상을 누볐다. 대통령이 제일 먼저 마스크를 써야 국민들이 호응하고 뒤따르며 마스크를 쓰게 마련인데도.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의료계와 과학분야 전문가들이 마스크 착용을 손꼽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철저히 무시해 코로나 질병을 미국에 전파시키는 데 일등공신을 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정상(正常)회복’이 아닐까. 지난 4년동안 세상이 얼마나 비정상으로 돌아갔는가. 트럼프는 좌충우돌하며 럭비공처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치 시한폭탄처럼 행동하고 세계를 일렁거렸다.
당선인 바이든의 정치기조는 ‘트럼프와는 반대로’인 것 같다. 그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코로나 대응책이었다. 전문가들로 TF팀을 꾸리고 마스크착용을 의무화했다. 취임식 날 기후협정에 재가입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민정책과 세계기후조약, 인종문제에서 트럼프와는 확연한 노선변경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졌지만 트럼피즘은 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 AP통신이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분석한 내용이다. 미국 역사상 트럼프 같은 대통령은 처음이지만 많은 유권자가 한편 편가르기, 포퓰리즘에 중독된 이상 제2, 제3의 트럼프 대통령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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