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觀해야 마음 내려놓을 수 있어”
상태바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觀해야 마음 내려놓을 수 있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2.09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불교신문 31주년 특별기획“제주 절오백”- 수행 정진 도량 혜능사
혜능사 입구
혜능사 입구

 

단애(斷崖)에 뜬 달[月]이라는 풍류 넘치면서도 불법 가득한 지명인 애월(崖月)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마을을 거느리고 있다. 당연히 사찰 역시 제주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형을 지나 무수천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새로 넓혀진 중산간서로 길을 따라 잠깐 달리다보면, 길 왼편으로 혜능사가 보인다.
혜능이라면 육조 혜능선사를 말함인가? 그렇다면 이 이름에도 무슨 사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능사는 대웅전 현판이 둘이다. 길이 뒤편으로 새로 크게 나면서 원래 입구 반대편에도 현판을 걸어 두 개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큰길가에서 보면 혜능사는 3층의 건물이고, 원래 입구에서 보면 2층의 건물로 보인다. 1층은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고, 2층은 요사채 개념의 공간이었으며, 3층은 대웅전이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지장과 관음을 협시불로 모셨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지장과 관음을 협시불로 모셨다.

 

원래 입구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걸쳐진 정낭을 넘어 들어서니, 먼저 사성각(四聖閣)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의 경우, 삼성각에는 산신·칠성·독성을 함께 봉안한다고 알고 있는데, 사성각이라는 말은 낯설었다. 마당 한쪽에서는 감귤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조그만 연못이 그물로 덮여 있었다. 연못에는 비단잉어나 붕어가 한가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제법 풍취가 있었는데, 그 위로 그물을 덮어놓은 까닭도 궁금했다. 이 사찰 마당에까지 새가 날아와 물고기들을 잡아먹을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혹시 낙엽 때문일까 싶어, 주위를 돌아보아도 낙엽을 떨어트릴만한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모를 일이다. 잔디가 촘촘하게 관리된 마당을 지나 2층으로 계단을 올라 뒤편으로 돌아가니, 애월로부터 제주시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푸른 바다는 덤이었다. 3층 널찍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을 좌우 협시불로 봉안하고 있었다. 

 

참배를 마치고 2층 요사채로 내려와, 주지 도관 스님께 인사드렸다. 우선 혜능사에 관한 내력부터 먼저 여쭈었다. 

▲두 번째 뵙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지나는 길에 들러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우선 혜능사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1998년 경북 봉화에서 관음기도 중 관세음보살의 선몽(先夢)을 받고, 1999년 6월 제주로 들어왔습니다. 그 후로 계속 토굴에서 정진하다가, 2003년 모(某) 거사로부터 사찰 부지를 시주받아 2012년 5월 착공하여, 10개월 만인 2013년 2월 준공되었습니다. 2013년 4월 18일, 사성각(四聖覺) 낙성 및 삼존불을 봉안하면서 애월읍 광령리 지역에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고 불자들의 선업 공덕을 쌓는 불법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앞마당 조그마한 연못은 그물로 쌓여있다.
앞마당 조그마한 연못은 그물로 쌓여있다.

 

▲스님, 원래 삼성각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곳은 왜 사성각인지요?
△저도 원래 삼성각이라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제주가 어떤 곳입니까? 사면이 바다가 아닙니까? 사면이 바다인데, 삼성각에 산신만 모신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주관하는 용왕까지 같이 모시게 됐고, 그래서 사성각이라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마당의 연못은 참 보기 좋던데, 그물을 덮어 놓으셨더군요. 무슨 까닭이 있겠죠?
△연못에는 비단잉어나 붕어가 제법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물고기를 노리고 새가 이곳까지 날아오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덮어둔 것입니다.

▲사찰 이름이 혜능사라고 한 것은 육조 혜능대사와 무슨 연관이 있으시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새로 뚫인 큰길에서 바라본 혜능사
새로 뚫인 큰길에서 바라본 혜능사

 

▲전에 듣기로는 관세음보살을 선몽했다 들었는데, 아닙니까?
△선몽은 한번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경험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이곳 지명이 광령이어서 광명사로 하려했는데, 마지막 선몽이 있고 난 뒤에 계속해서 육조 혜능선사가 기도 중에 어른거리더군요. 그러다가 다시 혜능사로 하라는 선몽을 받아, 혜능사라 하게 된 것입니다.
▲스님께서 평소 불자들에게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내용이 있으시다면, 잠깐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라고 뭐 별다른 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만, 다만 이곳 혜능사를 찾아주시는 불자분들에게 저가 자주 들려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스님들은 깨닫는 공부를 해야겠지만, 불자분들의 공부는 내용이 좀 달라야합니다. 불법은 인간을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觀할 줄 알아야합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觀하게 되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 노력을 끝임 없이 의식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가게 되고 조금씩 쉬어집니다. 이런 공부가 현대사회를 살아가야하는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모든 번민들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줄 것입니다. 이것을 지혜라고 해도 좋습니다. 지혜를 길러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저가 이곳 혜능사를 찾는 불자분들에게 주로 들려드리는 내용입니다.

혜능사는 독특하게 용왕까지 모신 사성각이다.
혜능사는 독특하게 용왕까지 모신 사성각이다.

 

요사채를 나와, 다시 연못가에 섰다. 처음에는 그물을 대충 쳐 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틈 안으로 큰 물새가 들어갔다고 했다. 물새란 놈이 워낙 성질이 급한데다, 제 맘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한참을 그물 안에서 푸드덕거리면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한다. 그 후로 아예 새가 들어갈 수 없도록 단단하게 그물로 덮어버린 것이라 하였다. 빤히 예상되는 일을 알아차리고 미리 대비해, 서로가 입을 화(禍)를 줄여나가는 것, 이것 역시 지혜가 아니던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