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용어퀴즈③ - 법치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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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퀴즈③ - 법치와 검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12.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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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제주불교문화대학 사무처장)
이도현(제주불교문화대학 사무처장)

사무실에 들어와 신문을 펼쳐 든 김 변호사의 마음이 썩 편치 못하다. 대학생 시절에 학생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법정에 섰던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매일 뉴스로 전해지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간의 충돌과 대립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울분과 짜증이 치솟는다. 
법리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하급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그것도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밝히고 있는 검찰총장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법치의 가면을 쓰고 정의의 수호자라고 하며 위선을 떨고 있는 검찰이 변한 게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걸어놓은 뒤 결론을 정해놓은 뒤 그에 필요한 온갖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법조문을 끄집어내어 범죄를 만들어 내던 검찰의 과거가 눈앞에 전개되는 듯하다. 너무 오랫동안 어둠 속을 걷는데 익숙한 탓에 불 켜는 법을 잊어버린 집단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 출신이 아닌 법무장관을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겠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만연된 검사들의 오만한 세계가 개혁되는 걸 보는 게 꿈이었던 김 변호사는 늦었지만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념에 젖어있는 김 변호사에게 사무직원이 법원에 갈 시간임을 알려주자 관련 서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법원으로 향한다. 법정에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니 꽤 많은 피의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법정 서기가 판사 입장을 알리고 잠시 뒤 세 분의 판사가 법복을 입고 전면으로 들어와 좌석에 앉은 모습이 오늘따라 더 단정하게 보인다. 자주 보아 얼굴이 익숙한 공판담당 검사는 오늘도 여전히 무심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여 검토한 법률 조항을 적용하고 범죄를 증명한 다음 처벌하는 게 그의 역할인 만큼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오늘 김 변호사가 변호해야 할 사람은 지나가던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음주 폭행하여 현행법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자이다. 처음 만났을 때 초라한 형색을 보고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정불화로 어릴 때부터 가출을 밥 먹듯이 하며 근근이 살아 온 그에게는 여러 번의 전과가 있었다. 체념한 표정이지만 구구한 변명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그의 소행이 괘씸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그를 변호하는 게 김 변호사의 역할 아닌가. 김 변호사의 변호도 아무 소용없는 듯 그는 법정 구속의 집행을 피하지 못했다. 불신에 가득 찬 그의 표정을 바라보는 김 변호사의 마음도 산란하지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교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옆 건물에 사무실을 개업한 오 변호사가 기다리고 있다. 학생운동을 같이한 친구이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이나 가치관이 비슷하여 관련 정보들을 교환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특히 김 변호사나 오 변호사가 유일하게 즐기는 오락은 바둑인데 한 판 두자고 온 것이다. 바둑 몇 판을 두고 저녁을 같이 먹으면 오늘 하루도 끝이다.    

/ 문제 출제 : 이도현(제주불교문화대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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