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스님의 법구경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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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스님의 법구경 (127)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1.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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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허공중에서도, 바다가운데서도
또는 산속 동굴에 들어갈지라도
악업의 갚음에서 벗어날
그런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 세 무리의 사람들 이야기 -

1. 첫 번째 무리
많은 수행자들이 부처님을 뵙기 위해 기원정사로 가는 길에 한 마을에서 머물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 중 한 집에서 불이 났고, 그 불은 둥근고리 모양으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때 하늘을 날던 까마귀가 둥근 불속에 휩싸여 불이 붙어 죽고 마을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비구들은 죽은 까마귀를 보고 오직 부처님만이 어떤 악행의 결과로 까마귀가 그렇게 죽었는지를 아시리라 생각했다. 공양을 마치고 비구들은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여 까마귀의 죽음에 대해 여쭙기로 했다.

2. 두 번째 무리
다른 그룹의 비구들은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배를 타고 오던 중 바다 한 가운데서 배가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배에 탄 사람들 중 누군가 불길한 기운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제비뽑기를 했다. 세 번이나 선장의 부인이 뽑혔다. 그러자 선장은 비장하게 “불운의 여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는 없다. 모래 항아리를 그녀의 목에 매달고 물속으로 빠뜨리면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장의 부인은 선장이 말한 대로 물속으로 던져졌고 배는 다시 움직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하선한 비구들은 여행을 계속해 부처님이 계신 곳에 이르렀다. 
그들 또한 무슨 악업으로 불운한 선장의 부인이 바다에 던져졌는지 부처님께 여쭙기로 했다.

3. 세 번째 무리
또 다른 일곱 명의 비구들도 부처님을 뵙기 위해 길을 떠났다. 도중에 한 수도원에 들러 근처에 하룻밤 머물기 적당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들은 한 동굴을 소개 받았고, 그 곳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 날 한 밤중에 아주 큰 바위가 굴러 내려와 동굴 입구를 막아버렸다.
다음날 아침, 근처 수도원의 비구들이 와서 보고 일곱 명의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사람들의 도움으로 바위를 치우려 했지만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곱 비구들은 칠일동안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하고 동굴에 갇혀 있게 되었다. 칠일째 되는 날, 기적처럼 동굴 입구를 가로 막은 큰 바위는 저절로 움직였고 비구들도 밖으로 나와 여정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들 또한 그들이 전생에  무슨 악행을 했기에 칠일 동안 동굴에 갇혀 있어야만 했는지를 부처님께 여쭙기로 했다.
이 세 그룹의 비구들이 도중에 만나 함께 부처님께 왔다. 그들은 각기 도중에 보았거나 경험한 일들을 부처님께 여쭙고 그 답을 듣고자 했다.

부처님께서는
1) 첫 번째 그룹의 질문에 대한 답.
“비구들이여, 어느 때 황소 한 마리를 가진 농부가 있었다. 그 황소는 아주 게으르고 고집도 몹시 셌기에 그 어떤 일도 시킬 수가 없었다. 농부는 그 게으르고 고집 센 황소 때문에 수도 없이 화를 냈고 그 화로 인해 황소의 목에 벼 짚으로 만든 밧줄을 감고 불을 붙였고 황소는 죽고 말았다. 그 악행으로 농부는 여러 생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겪었고 그 나쁜 과보로 인해 마지막 일곱 번째 생에 까마귀의 몸으로 타 죽은 것이다.”

2) 두 번째 그룹의 질문에 대한 답.
“비구들이여, 한 때 한 여인이 애완견을 기르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지 그 개를 데리고 다녔고 마을의 어린 소년들은 그녀를 비웃고 놀려댔다. 여인은 몹시 창피해서 화가 났고, 결국 그 개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항아리에 모래를 가득 채워 개의 목에 묶고 물에 던졌다. 개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런 악행으로 그녀는 지옥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고 남은 과보로 마지막 백 번째 생에서 불에 빠뜨려져 죽게 된 것이다.”

3) 세 번째 그룹의 질문에 대한 답.
“비구들이여, 한 때 일곱 명의 목동들이 이구아나가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굴의 일곱 통로를 나뭇가지와 덤불로 막아버렸다, 모든 통로를 막아버린 목동들은 그곳을 떠났고,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일주일 후 자신들이 한 일을 기억하고 급히 그곳으로 가서 이구아나를 나오게 했다.. 이런 악행으로 인해 그들 일곱 명은 마지막 14번째 생에 함께 동굴 속에서 아무것도 막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갇혀 있게 된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한 비구가 “아, 진실로 자신이 행한 악행의 과보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구나. 그가 비록 하늘에 있거나, 바다에 있거나, 동굴 속에 있을지라도.” 라고 말했다.
그에게 부처님께서는 “그렇다. 비구여, 그대가 옳다. 하늘이나, 그 어디에 있더라도 악행의 결과가 미치지 않은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라고 말씀 하시며 이 게송을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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