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설날은 삼가고 또 삼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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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설날은 삼가고 또 삼가는 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2.0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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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다가왔다. 통상 설날이 되면 민족대이동이 일어나지만, 올해는 그러한 풍경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시풍속의 기록에 따르면,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했다.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설날에는 정성껏 준비한 제수를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께 세배를 하며 떡국을 먹는 것이 설날풍습인데, 올해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려면 조심하고 가다듬어 삼가는 날이 되어야 할 성 싶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설날 세시풍속에 ‘양괭이 쫓기’라는 것이 있었다. 양괭이 또는 야광귀(夜光鬼)라는 귀신은 설날 밤, 사람들이 사는 집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기 때문에 그해 그 신의 주인에게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귀신이 무서워 모두 신을 감추거나 뒤집어놓은 다음 잠을 잤고, 채를 마루 벽에 걸거나 장대에 걸어 뜰에 두었다. 그러면 양괭이가 와서 수없이 구멍이 나 있는 신기한 물건이 있는 것을 보고 그 구멍을 세느라고 아이들의 신을 훔칠 생각을 잊고 있다가 닭이 울면 도망간다는 이야기였다.
야광귀를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생각해보면, 올 설날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아무래도 안모이고, 안보고, 마스크를 써서 입도 가리는 방법이 가장 요긴할 것 같다. 심지어 변종바이러스도 창궐한다고 하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근대화시기 고승 학명선사(鶴鳴禪師)는 ‘몽중유(夢中遊)’라는 시에서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나.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어디 달라졌는가, 우리가 덧없이 꿈속에 살아가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없어지거나 창궐이전의 시대로는 되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겪어내야만 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삼가고 또 삼가는 설날의 본래 뜻을 새겨, 올해는 정말 변함이 없는 하늘을 보듯이 조용하게 지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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