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통알(通謁)로 새해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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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통알(通謁)로 새해다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2.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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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 초하루는 한해의 첫날이다. 달의 기울기에 따라 한해를 설계했던 농경사회와 달리 음력의 중요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민족 최대 명절인 음력 설 만은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설날 이른 아침에는 옷을 갖춰 입고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아랫사람이 세배(歲拜)를 하면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준다. 
산중도 마찬가지다. 어른 스님부터 시작해 차례로 삼배를 올린다. 재가신자들도 참여하여 스님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부처님 전에 자비광명을 빌며 삼배를 올린다. 
새해 첫날은 새벽 예불을 마친 후 전 대중이 법당에 모인다. 스님들은 불법승 삼보 및 제불보살과 신중(神衆)에게 인사를 올린다. 세속에서는 이를 세배라고 부르지만 사찰에서는 통알(通謁) 이라고 하는 점만 다를 뿐이다. 법당에서 제불보살에게 올리는 인사를 통알이라고 하며 어른스님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세알(歲謁)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불교의 통알은 삼보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즉 대자대비의 정신이 들어있다. 기원하는 대상과 내용이 세속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넓고 크다.
사회적거리두기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가족간에도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있다. 산중의 통알도 예년처럼 세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온 세상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지만, 안부를 묻고 건강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명절의 의미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사바세상은 한마디로 욕망으로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탐.진.치로 얼룩진채 살아가는 곳이다. 욕망으로 사는 세상은 온갖 오염원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탐.진.치를 뿌리로 하는 갖가지 불선법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진흙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와 향을 품는 연꽃처럼 묵은 때를 벗고 새해를 맞이하는 통알의식으로 한송이 꽃을 피워 내는 세욕(洗慾)이 필요하다. 청련화, 홍련화, 백련화가 물속에서 생겨나 물속에서 자라 물위로 솟아올라 물에 오염되지 않고 지내듯이, 새해에는 청정한 마음으로 참다운 진리의 길로 나아가는 다짐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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