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칼럼 - 줄어드는 승려, 준출가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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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칼럼 - 줄어드는 승려, 준출가자가 필요하다?
  • 김진승 _ 재가불자, 언론인
  • 승인 2021.02.1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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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계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 내용인즉 한 불교 언론에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스님이 재정공영제를 제기하고, 준출가자급인 제3승려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한 것이었다. 이들은 가정도 갖고 직업인으로서 제도적 보장도 해야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종단이 이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진우 스님은 곧바로 참회의 글을 올리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되기는 했다. 
진우 스님은 종단의 미래 현안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으로 ‘재정공영제’를 도입해야 하고, 대중 공의를 모아 종단 운영시스템을 혁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구감소와 함께 종교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예견됐던 불교 내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랜 세월 유지해 오던 초하루 법회나 재일(齋日)기도 등 형식변화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제기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포교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하나는 전통방식의 종교 수행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대적이고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최대한 활용해 모든 사람이 실시간으로 불교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전통의례의식, 선방에서 행하는 수행안거 등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면서, 현대과학문명인 IT 문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불교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승가노후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진우스님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젊은 세대를 위해 현대문화와 불교를 잘 매칭하고, 불교중흥을 위해 범종단적이고 범종도적으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출가자들이 공부하고 수행하고 주거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종단이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자발적 출가자와 더불어 불투명한 미래로 결혼마저 포기하고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망설임 없이 출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재가자와 출가자 사이의 준출가인 신분으로 중간 역할의 소임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판승과 사판승(사미 사미니와 별개로 제3의 예비 출가자로서의 기능직 신분)으로 명확히 구분해 출가문호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판승은 수행하는 스님으로, 선원에서 수행하는 수좌들, 기도 염불하는 스님, 법문하는 스님 등 수행하는 모든 스님들이다. 반면 사판승은 기능직 업무를 맡아, 불교건축, 불화, 문화재관리, 가람관리, 종무행정 등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진우스님은 사판승에 한해 결혼을 허가할 것도 제안했다. 그런 직업적 스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평생직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출가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생기게 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면 좋은 인재가 될 것이라며 이판승은 종단의 완벽한 지원 아래 더 철저하게 수행하고 불자의 지표가 되며 처음부터 이판으로 출가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생길 것이고, 사판승을 통해 젊은 출가자들이 배출되면 그 중에서 자연스럽게 이판승도 나오는 등 불교가 다시 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자 진우스님은 “기존의 사판승의 개념과는 다른 의미로, 제삼의 예비 출가자로서의 기능직 신분에 한한다는 뜻이었다”며 “혼란을 끼친 것에 대해 참회한다”고 사과했다. 
진우스님은 사과문에서 “출가자 감소는 너무나 심각하여 종단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시급하여 절박한 심경에서 미래불교에 대한 대안으로 종도의 공의를 모아 종헌종법 하에 향후의 출가자 가운데 기능적인 소임에 한하여 ‘사판승’에 대한 결혼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불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출가자가 이판사판 겸하라는 등 출가자는 도만 닦아야 된다는 등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를 한다.” “절대적으로 출가자 수가 부족한데 이런 대안이라도 찾아서 수행자를 외호하고 공양한 공덕과 인연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들은 “출가를 했으면 도를 구해야지, 장부를 들여다보려고 출가를 해야 하나? 제3의 출가 개념은 전혀 황당한 발상이며, 그 취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격렬히 비판했다. 
불자로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연 한국불교는 이대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고민에 빠진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것은 재정적인 후원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행자들만 남는다면 불교는 존립되기 어렵다. 이판사판 논쟁을 넘어 현실적 토대를 면밀히 검토하고 진지하게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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