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칼럼 - 펄펄 끓는 사랑의 온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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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칼럼 - 펄펄 끓는 사랑의 온도탑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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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창 준-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임 창 준-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지난 한 해 우리생활은 코로나19가 덮친 난국의 영향으로 생활이 크게 팍팍해졌지만 어려운 주변 이웃을 돕는 열기는 도리어 더 뜨거웠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0년 연간 모금액이 전년(6541억원)에 비해 1921억원 증가한 846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전년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희망 나눔캠페인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올겨울 목표치인 100도를 훌쩍 넘긴 114.5도로 종료됐다
지난해 12월말 충남 논산시청에서는 누군지 알 수 없는 기부자가 “어려운 시국을 이겨내고 있는 이웃에게 힘이 돼 달라”는 글과 함께 5억4000여만원을 전달했다. 기록상으로 확인 가능한 역대 익명 기부 최고 금액이었다.
끝내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기부자도 많았다. 2012년 1월 첫 기부를 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해 12월, 5004만 원 짜리 수표와 함께 편지를 남겼다. “내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 기부를 마지막으로 기부를 마무리하려 한다. 지난 10년간 나누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썼다. 그가 10년 동안 익명으로 기부한 금액은 10억3500만원에 이른다. ‘김달봉’ 등이란 가명을 쓰는 기부 천사 여러 명은 전국 곳곳에 수천만~억대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전파했다.
어려음 속에서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기부금을 쾌척한 이들을 보노라면 문뜩 숙연해진다. 작은 기부도 세상을 밝혔다. 전북 사랑의열매에 17만1710원을 기부한 김규정(43)·홍은정(39) 부부는 뇌병변과 지체장애로 몸이 성하지 않지만 한 해 동안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쪼개 나눔을 실천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사상구 모라동 행정복지센터에 1500만 원을 건넨 이는 자신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이었다.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는 이 기부자는 평소 기초생활 수급비를 쪼개 조금씩 모은 돈을 보탰다고 한다.
당초 ‘사랑의 열매’는 2020년 코로나 난국으로 모금 목표금액을 전년보다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한 푼 두 푼 모은 정성이 모이고 쌓여 기적을 일궈냈다. 2020년 개인 기부 금액은 2661억원으로, 이전 최고치였던 2067억원(2019년)보다 되레 29% 늘었다.
80~90대 노인들의 쌈짓돈, 아이들의 ‘코 묻은 돈’도 기부기록 수립에 한몫했다. 대구에 사는 90세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는 “평소 넣던 새마을금고 적금이 만기가 돼 찾은 돈”이라며 100만원을 전달했다. 한 어린이는 2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동전과 지폐 등 9만4350원이 든 저금통을 기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코로나가 기업에 미친 영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75.8%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많은 법인(기업체)들은 2019년 4474억원보다 1327억원(30%)이 늘어난 금액을 더 기부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불우 이웃을 돕는데 인색하지 않는 노블리스 오빌리주 (noblesse oblige)정신을 몸소 꽃피운 것이다.
제주도민들의 온정도 펄펄 끓었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희망 2021 나눔’ 캠페인을 벌인 결과, 38억900만원이 모금돼 목표액(37억30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1억원 이상을 내는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엔 256명이 새로 가입했다. 전년보다 26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이런 나눔의 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전 세계가 이웃과 담을 쌓고 극단적 개인주의로 가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공동체주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증거가 아닐까. 
코로나19가 모든 걸 뒤덮어 버린 세상,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고 희망의 햇살을 비추고 있는 건 특별한 소수가 아니다. 경기 악화로 실직과 폐업이 늘어나며 갈수록 사회 분위기가 피폐해지고 암울해졌지만, 따스한 손을 내민 건 정작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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