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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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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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 석 (1912 ~ 1963)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은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다. 1930년『조선일보』작품공모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 되었다. 1935년엔 시「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시도 쓰기 시작했다. 백석은  진향(眞香 본명 김영환)을 만나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줄 정도로 서로 연애시를 쓰며 지독하게 사랑했다. 북으로 떠난 백석은 38선 때문에 생이별하게 된다. 자야는 우리나라 제일의 요정, 대원각을 열어 평생 백석을 기다리며 살다 갔다. 길상화라는 법명으로 당시 천억에 달하는 터를 법정 스님께 보시했다. 그래서 서울 길상사가 창건됐다. 현금 2억은 백석 문학상 기금으로 내 놓는다. 절 입구엔 윗 시가 표지판에 적혀 있다.  
 윗 시는 눈 내리는 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적 화자의 정서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내고 있다. 출출이는 뱁새, 마가리는 오막살이, 고조곤하는은 고요하다는 평안도 방언이다. 눈의 순결성과 밤의 포근함으로 이제껏 얻은 상처를 위로해줄 정신적 공간에 대한 공경을 형상화해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이국적 정취도 풍긴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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