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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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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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백 석 (1912 ~ 1963)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 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마르크 샤갈, 1911, Trois heures et demie. 캔버스에 유채,
마르크 샤갈, 1911, Trois heures et demie. 캔버스에 유채,

 

김춘수는 경남 통영 출생이다. 고향에서 중등교사를 하다 경북대, 영남대 교수로 재직했다. 많은 문인들을 배출 시켰다.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사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초창기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사물의 존재와 의미를 추구하는 시를 썼다. 1960년 대 부터 대상이 갖는 순수한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무의미 시를 썼다. 윗 시는 무의미 시에 속한다. 그래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대상의 순수한 이미지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으로 읽힌다. 샤갈의 마을은 실재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환상의 세계이다. 샤갈의 그림처럼 따뜻하고 낭만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듯이 다가온다. 그래서 3월 어느 날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고향 마을 풍경을 오버랩 하게 한다. 또한 저녁이면 아궁이에 불을 때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게 한다. 이미지가 이미지로 단순화되기보다는 충만한 시적 의미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맑고 순수한 생명감의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는 시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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