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1) - [제1회 법문]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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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1) - [제1회 법문] 들어가는 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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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원음을 그대로 기록한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입니다.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불기 2565년의 역사에도 뿌리가 있는데 이것이 초기불교입니다. 
초기불교는 불교 만대의 기준이요, 표준이며, 잣대입니다. 따라서 불교가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초기불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불교의 핵심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열반涅槃입니다. 
무상·고·무아는 초기경전 곳곳에서 세 가지 특상特相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열반은 초기불교가 제시하는 궁극적 행복입니다. 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숫따니빠따』(Sn.267)에는 “열반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반은 어떻게 해서 실현되는 것일까요? 열반은 당연히 수행( patipatti, 도 닦음)을 통해서입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수행을 팔정도를 근간으로 하는 37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 즉 37보리분법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37보리분법은『상윳따 니까야』 제5권의 근본주제이며, 일곱 가지의 논서로 구성된 논장(論藏, Abhidhamma Pitaka)의 하나인 위방가(Vibhańga, 분석론)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37보리분법을 제대로 닦으려면 나와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나와 세상과 진리, 그리고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르치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는 교학(敎學, pariyatti)이라고 부릅니다. 상좌부불교에서는 특히 ‘아비담마(Abhidhamma)’를 배우는 것을 교학(배움)이라고 말합니다.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은 온蘊·처處·계界·근根·제諦·연緣과 37보리분법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조석으로 독경하는 「반야심경」에도 기본교학은 온·처·계·제·연의 다섯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의 기본 수행 용어인 위빠사나(vipassanā)는 산스크리트어로 ‘위(vi)’와 ‘빠사나(passana)’라는 두 개의 단어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용어인데, 해체해서(vi) 봄(見, passanā)이라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대상을 나타난 모양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법의 무상하고 고이고 무아인 특징을 여실지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관觀으로 옮겼습니다.
사마타(samtha)의 대상은 표상(nimitta)라는 개념(빤냣띠, paňňatti)이고, 위빠사나의 대상은 법(法, dhamma)입니다. 불교는 유일신이나 창조주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신神은 인간이나 중생이나 축생 등과 같이 개념적 존재일 뿐입니다. 이것들을 해체하면 여러 법들이 드러나고 이런 법들의 찰나성無常이 드러나고, 찰나를 봄으로써 제법諸法이 괴로울 수밖에 없음에 사무치게 되고, 제법은 모두가 독자적으로 생길 수 없는 연기적 흐름無我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자아니 인간이니 하는 개념적 존재를 뭉뚱그려 두고는 그것의 무상이나 고나 무아를 통찰할 수 없습니다. ‘나’라는 개념적 존재는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고, ‘일체 존재’는 12처로, ‘세계’는 18계로, ‘진리’는 사성제로, ‘생사문제’는 12연기로 각 해체해서 보면 모든 법(諸法, sabbe dhamma)의 무상·고·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 영감이 가장 뛰어난 분으로 칭송되며 시작詩作에 능했던 왕기사 존자는「천명이 넘음 경」(S8:8)에서 부처님을 “부분들로 해체해서 설하시는 분”이라고 찬탄하고 있습니다. 
「라훌라를 교계한 짧은 경」에서 수천 명의 천신들이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에게 설하신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보기 →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 → 염오 → 이욕 → 해탈 → 구경 해탈지의 가르침”을 듣고 ‘생긴 것은 무엇이건 모두 멸하기 마련이다[集法卽滅法]’라는 법안法眼이 생겨 어떤 천신은 예류자가 되었고, 어떤 천신을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눈과 코와 입술과 계란형 얼굴을 보고 우리는 미인이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에서 남자들은 애욕을 일으킵니다. 눈을 빼고 코를 분리하고 입술을 도려내어 알코올에 담가 두었다면 아무도 그것에서 애욕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해체해서 보면 무상·고·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염오의 지혜가 일어납니다.
“염오(厭惡, nibbida)”의 지혜가 일어났다는 것은 강한(balava) 위빠사나의 지혜가 드러났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이 지혜는 10가지 위빠사나의 지혜, 즉 ➀명상의 지혜, ➁생멸의 지혜, ➂무너짐의 지혜, ➃공포의 지혜, ➄위험의 지혜, ➅염오의 지혜, ➆해탈하기를 원하는 지혜, ➇깊이 숙고하는 지혜, ➈형성된 것들(상카라, sańkhār)에 대한 평온의 지혜, ➉수순하는 지혜 가운데서 ➃,➄,➆,➈의 네 가지 지혜와 같은 말입니다. 
『맛지마 니까야』 주석서에 따르면, “탐욕의 빛바램(離慾, virāga)”이란 도(magga, 예류도·일래도·불환도·아라한도의 네 가지)이고, “탐욕이 빛바램으로 해탈한다.”는 것은 도道에 의해서 해탈한다는 과(果, phala)를 뜻하고, “해탈하면 해탈했다면 지혜가 있다.”라는 것은 아라한과의 해탈과 반조의 지혜를 뜻합니다.
‘강한 위빠사나’의 조건이 되는 ‘앝은 위빠사나’가 있습니다. 염오의 기반이 되는 그 지혜라 함은 여실지견(如實知見, yathā-bhǔta-ńāna-dassana), 즉 법의 고유성질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➀정신과 물질을 파악하는 지혜(7청정의 도 가운데, 세 번째의 見淸淨), ➁의심을 제거함에 의한 지혜(7청정의 도 가운데, 네 번째의 度疑淸淨), ➂명상의 지혜, ➃도와 도 아님에 대한 지혜(7청정의 도 가운데, 다섯 번째의 知見에 의한 淸淨)의 네 가지가 있습니다. 
세존께서는「대념처경」(D22)에서 사념처 수행을 해탈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은 약간의 사마타 수행을 포함하고 있지만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이 주류입니다. 이 수행의 주제는 몸身·느낌受·마음心·법法의 네 가지인데, 요약하면 몸과 마음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에 의해 얻어진 통찰지혜는 물심物心 현상의 일반적 특성인 끊임없이 변화하고, 안정되어 있지 않으며,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진리의 가르침에 대한 체험적 지혜를 말합니다. 우리 범부중생들이 말하는 ‘자아’ 란 ‘경험자아’에 불과합니다. 시종을 알 수 없는 윤회 속에서 사람과 사물과 관계를 맺어 온 습관, 성향, 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관계 설정 시에 좋아하고 싫어하는 느낌이나 생각을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고 이를 ‘자기 동일시“함으로써 윤회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그것들이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이론적인 지혜聞慧나 사유해서 얻는 지혜思慧가 아니라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서 얻는 지혜修慧이기 때문에 찰나 생, 찰나 멸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면 높은 단계의 선정四禪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미얀마 파욱 명상센터의 정설입니다. 
사마타는 위빠사나를 성취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이지만, 사마타 수행을 거치지 않아도 위빠사나 수행은 가능합니다. 깊은 위빠사나를 행할 때 매 찰나마다 근접삼매에 해당하는 삼매, 즉 찰나삼매(Khanika-samādhi)를 성취하게 됩니다. 이 “삼매(samādhi)”는 위빠사나의 기초가 되는 선의 삼매로서 얕은 위빠사나의 조건이 됩니다.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불교 수행을 대표하는 핵심적 술어이고, 부처님의 직설입니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그곳에서는 지관겸수止觀兼修로 정착되었고, 중국 선종에서는 정혜쌍수定慧雙手로 계승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사마타를 마음과 마음의 해탈, 즉 삼매定와 연결 지으시고, 위빠사나를 통찰지般若와 통찰지를 통한 해탈, 즉 깨달음과 연결 지어 설하셨습니다. 
나와 존재와 세상과 진리와 생사 문제를 5온·12처·18계·22근·4성제·12연기로 해체해서 보지 못하면 깨달음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뭉쳐 두면 속고 해체하면 깨닫습니다.   

[sati 행자의 복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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