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비폭력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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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비폭력과 평화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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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유 현

코로나 바이러스만 두려운 게 아니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늙음과 죽음의 두려움은 차치하더라도 눈앞의 폭력에 생각이 미치면 걱정스럽고 겁이 난다.
최근 스포츠 분야의 스타 선수들에 이은 유명 연예인들의 학교폭력 연쇄 폭로에다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변사 사건’에서 보듯 그칠 새 없는 가정폭력으로 우리는 분노의 용암지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항쟁하는 무고한 시민들 수백 명이 군경의 총에 의해 참살되고 있다는 해외 뉴스가 우리 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런 끔직한 사태가 일어날만한 조건이 있을 터. 군부와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이끌고 있는 ‘수치’ 고문 진영 간의 권력투쟁이 원인의 조건이라면, 중국과 미국 사이의 세계 지배 충돌은 함께하는 조건이라 말할 수 있다. 
2010년대 들어서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집단학살과 난민 문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다민족 연방국가인 미얀마의 군부 정권은 안보와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권력 독점의 길을 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3월 16일 “군부에 의한 미얀마 국민의 피해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를 위한 저항과 분노에 깊은 위로와 연대의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한 시국성명이라고 보여 진다.
미얀마는 테라와다(Theravada,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어서 한국의 스님들만이 아니라 명상 수행에 관심을 갖는 세계 각국의 요기(Yogi)가 많이 방문한다. 나의 도반들 가운데 몇몇은 동안거 중 단기출가 또는 명상 수행의 목적으로 파욱, 쉐우민 등의 명상센터에 여러 차례 입소한 적이 있다.   
폭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강자의 약자에 대한 강압 수단이다. 고대 인도에는 정의롭지 못한 왕들에 의해서 지배되는 나라에서 가혹한 형벌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디가 니까야』의「전륜성왕 사자후경」(D26)에서 세존께서 생명존중, 치안유지, 빈민구제, 종교인(수행자) 존중의 네 가지를 전륜성왕의 의무라고 말씀하시며 법답게 통치를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기원전 3세기경 인도 남부를 제외한 인도 전역을 통일한 아소카 대왕은 칼링가 정복 전쟁 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이후 무력 정복을 포기하고 불살생과 비폭력을 내세운 불교에 귀의하여 힘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정치를 실천하고자 했다.
불기 2565년의 인간세상을 살펴보면,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언어폭력(악성댓글), 북한의 정치범 처형, 무슬림(IS)의 종교적 이유에 의한 폭탄테러 등 인간 정신문화의 천격賤格을 나타내는 사고와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불화와 분쟁, 폭력의 뿌리에는 자아에 대한 사랑[自愛]에 있음을 발견하시고 인간 내면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평정과 인내, 그리고 관용의 도덕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홍콩은 100여 년 이상 자유민주주의 역사를 가졌고 시민의 저항도 거셌지만 중국공산당의 무력 진압을 뛰어넘을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총칼을 이기는 맨주먹은 없다. 별들의 세계에서 마치 큰 별 하나와 작은 별 여럿이 서로 당기는 중력에 묶여 역학적 에너지 주고받는 상호 의존적 관계 통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듯이, 미얀마 군부와 뒷배인 중국의 거대한 힘을 견제하려면 그 주변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야 한다.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주변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비롯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캄보디아, 네팔,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민주평화연대를 구축해 나간다면 그들을 조복調伏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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