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편지 - 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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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 꽃 이야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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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 스님
본연 스님

도량에 천리향 꽃향기가 그윽합니다. 처음에 아주 어린 것 5주 심어 놓은 것이 이제는 제법 어우러지어 향기를 발산합니다. 천리향이라고 흔히 말하는 꽃나무의 원 이름은 서향(瑞香)입니다. 꽃향기가 천리 간다고 별명을 지은 것이 이름이 된 것이지요. 이 아이는 약간 그늘을 좋아하는데 꽃이 피면 벌 나비가 와서 수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누가 그늘까지 들어오겠습니까? 그래서 그늘 속에서 꽃향기로 유인하기 위하여 짙은 꽃향기를 뿜어내는 것입니다.
포인세티아란 꽃이 있습니다, 꽃보다 꽃잎이 붉게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는데 이 아이는 하루 14시간 밤을 만들어 주면 정확히 35일 만에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보통 원예농장에서 저녁 6시에 검은 비닐로 덮어주고 다음 날 8시에 검은 비닐은 벗기어 주어 35일 만에 꽃을 피우는데 주인장이 시간을 잘 못 맞추면 꽃도 들죽 날 죽입니다. 흔히 봄에 피는 꽃은 장일성(長日性) 식물 가을에 피는 꽃은 단일성(短日性) 식물 합니다. 식물만 해의 길이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사주(四柱)라는 것도 역시 해의 길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식물도 감정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음악을 즐기고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과 보살피는 사람에 대하여 반응합니다. 식물의 머리 부분은 뿌리와 목질부 사이라고 하고 식물과 동물의 차이는 이동하고 이동 못하고 차이뿐이다 하였습니다.
처사 시절 천6백 평의 꽃 농장에서 “팬더”라는 영악하고 충성스런 강아지와 살았습니다. 이 녀석과 일 년을 같이 지네니 강아지도 주인장의 마음을 읽어버리고 자기도 몸과 목소리로 의사 표시를 합니다. 당시에도 “이 녀석이 개라는 거죽을 썼을 뿐 사람하고 똑 같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시절 주인장은 매일 일찍 일어나 꽃 농장을 돌면서 꽃들을 살펴보고 격려(激勵)하고 좋은 마음을 전하고 저녁에도 마지막으로 돌면서 살펴보고 격려합니다. 하는 말이 “꽃들은 주인장의 발자국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주인장 신발에서 떨어지는 흙이 꽃에 가장 좋은 거름이다.” 합니다. 저녁에 누우면 천6백 평의 꽃들이 한 생각에 다 들어오고 이런 주인장의 격려와 사랑을 받고 자란 꽃을 중간상인이 서초동 꽃시장에 가지고 나가면 모두 감탄하면서 처다 보았다고 합니다.
식물이나 짐승이나 사람이나 고(苦)는 피하고 싶고 낙(樂)을 즐기는 생명의 논리는 똑같습니다. 여기에 친절과 배려하는 마음, 자비심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 일체중생의 보약입니다.
정성이 도(道)이고 친절이 도(道)입니다. 꼭 삭발염의하고 앉자 있어야 수행이 아니고 자기의 업(業)에 정성을 들이고 친절한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나 정성도 탐심(貪心)이 녹아야 나오는 것이고 친절도 진심(嗔心)이 녹아야 나오는 것입니다. 일체존재가 인드라의 그물(網)처럼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통감하고 그들을 위하여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은 치심(癡心)이 녹아야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은 수행이란 탐․진․치 삼독심을 녹이기 위하여 매일 반복 훈련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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