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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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껍데기는 가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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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1930~1989)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시인은 부여 출생으로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했다. 부여에 신동엽 문학관이 있다. 이 시는 1960년대 참여문학의 대표작으로 많이 회자된 작품이다. 즉 독재에 항거했던 민중 민족 문학의 지향성에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 시이기도 하다. 당시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껍데기’와 ‘알맹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비 구도를 통해 순수에 대한 옹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 중요한 사건인 4·19, 동학 농민운동을 형상화하여 이런 혁명들이 민주·자유를 지향한 운동이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행에 집약되어 있다. 국토를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말은 분단의 비극적 현실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야 할 민족적 과제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아울러 ‘모오든 쇠붙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실 상황을 힘의 논리를 앞세운 무력으로 규정함으로써 4월 혁명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군사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한편, ‘향그런 흙가슴’만 남은 참다운 의미의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언제쯤 우리 사회에도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가 꽉 찬 세상이 올까.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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