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선생의 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 ① - “간다라 불상은 헬레니즘 미술과 아무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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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선생의 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 ① - “간다라 불상은 헬레니즘 미술과 아무 관계가 없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3.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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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학의 대가 강우방 선생의“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강우방 선생은, 인류가 진리의 이르는 길을 위한 사유체계가‘문자언어’에 의한 것과‘조형언어’에 의한 것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진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인류는 수 만 년을 조형언어를 통해 인류의 상징체계를 확립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평생의 미술사학 연구를 통해 홀연히 깨달은 영기화생론의 체득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진리에 이르는 핵심 진리로서의‘조형언어’의 세계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2~3세기경 간다라 불상
2~3세기경 간다라 불상
마투라 보살상. 간다라불상의 헬레니즘 유래설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마투라 보살상. 간다라불상의 헬레니즘 유래설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들의 긴 대화가 끝났을 때, 천지는 여섯 번 진동했고, 번개가 번쩍였으며, 바다는 으르렁거렸고, 신들은 대지에 꽃비를 내려 주었다. 그리스의 논리가 불교의 지혜를 만났다. 먼지 없고 흠 없는 불교의 지혜가, 한때 나가세나를 뚫고 지나갔던 진리가, 지금 ‘밀린다’에게로 흘러넘쳐 갔다. 무엇이든 일어난 성질의 것은, 모두 멈추게 되었다. 박트리아 왕, 밀린다는 학승 나가세나와 대화하면서 기쁘게 붓다와 지혜, 그리고 유전연기(流轉緣起)의 멈춤을 끌어안았다.”

이 대화는 [Milindapangha]라는 경전, 즉 ‘민린다팡하의 질문’이라는 빠알리어로 기록되어 경전으로 전한다. 이 문명사적 대화는 기원전 2세기 중엽 박트리아라는 그리스인 국가[Greco-Bactrian Kingdom]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은 중앙아시아에서 불상이 탄생하는 과정을 파악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로부터 150년 경 후에 간다라 지방에서 불상이 만들어졌을 때, 언뜻 보면 그리스와 로마의 영향이 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도의 조형 예술의 중요한 기본 개념들이 모두 조형적으로 표현되었음을 동서학자들은 지나쳤던 것이다. 박트리아에서 발굴된 틸리아 테페 고분 6기 출토품이 한국에서 전시되었으며, 그때 국립경주 박물관에서의 나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그 출토품 가운데는 훗날 불교 미술에서 보이는 조형들이 많았지만 알아본 동서학자들은 없었다.

강우방 _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강우방 _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간다라 불상 연구의 덫

숲속에서 호랑이가 덫에 걸리면 스스로 헤어나지 못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자신을 구원할 수 없으며 다른 생명도 구원할 수 없다. 가장 위험한 덫은 개설서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설서는 온갖 오류가 아주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믿음을 준다. 그래서 한 번 덫에 걸리면 평생 연구해도 그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간다라불상에는 인도 고유의 조형사상이 담겼음을 알아야 한다.
간다라불상에는 인도 고유의 조형사상이 담겼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그 덫이란 무엇인가 살펴보자. 다음에 언급한 내용들은 처음으로 필자가 피력하는 것이며, 덫이란 것은 다음의 내용에 대한 무지를 가리킨다.
① 불상의 기원은 간다라 불상이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투라 불상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생각은 서양 학자들이 처음으로 간다라 불상을 연구하였고, 그 까닭은 이른바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간다라 불상이 만들어졌다는 서양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불상의 기원은 간다라 지방과 마투라 지방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간다라 불상에 간혹 헬레니즘의 영향이 보이지만, 또 앞으로 실상 구명을 전개해 나가겠지만 그 본질은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도 고유의 조형 사상을 지나쳤기 때문에 간다라 불상의 실체를 아직까지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한국은 서양 학자들에 열등감을 느끼며 그들의 학설을 따르고 있다. 간다라 불상은 짧은 기간 제작되었고 그 이전의 전통도 약하지만, 마투라 지방에서 만들어진 불상은 유구한 전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통이 끊이지 않고 만들어졌으며 간다라 불상과 힌두 상에 큰 영향을 주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고, 주변의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에 비해 간다라 불상의 영향은 국지적이었고 간다라 불상의 실체는 헬레니즘 미술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으로 짧은 기간 유행하다가 사라져 버린다. 결국 간다라 불상은 헬레니즘 미술과 본질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

간다라와 유사한 시기 조성된 마투라 보살좌상
간다라와 유사한 시기 조성된 마투라 보살좌상

② 마투라 불상을 연구하지 않으면 간다라 불상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간다라 불상의 도상과 양식은 마투라 불상의 도상과 양식에 흡수되고 만다. 간다라 불상을 연구하려면 그리스와 로마 미술, 메소포타미아 미술, 인도 미술, 중국 미술과 한국 미술 등을 광범위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③ 간다라 불상의 도상적 특성은 모두 인도 전통에 둔 것으로 인도 전통의 중요한 조형적 개념들과 사상적 개념들을 동서양 학자들이 모두 지나쳤으므로 아직까지 밝힐 수 없었던 것이다. 필자는 그 중요한 개념들을 오랜 노력 끝에 정립하였으며 그 바탕으로 간다라 불상의 실체를 밝히려 한다. 처음 듣는 내용이며 원래 무엇인지 몰라 이름이 없던 것들에 이름을 부여했으므로 매우 낯설 것이다. 그러므로 간다라 불상 연구는 이제 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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