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선생의 간다라 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 ② “간다라 불상의 기원은 인류 보편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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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선생의 간다라 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 ② “간다라 불상의 기원은 인류 보편적 발생”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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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학의 대가 강우방 선생의“불교미술 - 영기화생론의 세계”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강우방 선생은, 인류가 진리의 이르는 길을 위한 사유체계가‘문자언어’에 의한 것과‘조형언어’에 의한 것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진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인류는 수 만 년을 조형언어를 통해 인류의 상징체계를 확립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평생의 미술사학 연구를 통해 홀연히 깨달은 영기화생론의 체득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진리에 이르는 핵심 진리로서의‘조형언어’의 세계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쿠샨왕조 시기의 간다라 불상
쿠샨왕조 시기의 간다라 불상

④ 흔히 말하기를, 초기 불교의 금기(禁忌)를 깨고 불상이 등장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불전(佛傳)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불상의 모습은 없고, 불상 대신 나무(보리수), 기둥, 족적(足跡), 영기꽃(그냥 꽃이 아니다), 法輪(무량보주), 보발(寶鉢), 사리탑 등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들 여래의 상징들이 실은 여래의 본질을 보여 주는 것이며, 불상의 탄생 이후에도 상징들이 나타나는데 그것들이 여래의 실체인줄 모른다. 그러므로 불상을 만드는 것을 금기시한 것이 아니라 여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 온 것이며, 불상을 처음 만들 때부터 이른바 우상(偶像)의 성격을 띤 것이 아니라 현명한 방법으로 온갖 상징으로 만들었지 신인동일형(神人同一形)으로 결코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점은 후에 충분히 다룰 것이다. 머리칼은 머리칼이 아니요, 수염은 수염이 아니요, 얼굴은 얼굴이 아니요, 보석 장식은 보석이 아니요, 옷 주름은 옷 주름이 아니요, 살 상투는 살 상투가 아니다.

⑤ 간다라의 불상은 그리스 신들의 조각과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육체의 사실성을 추구하던 그리스 미술의 영향으로 불상을 만들었는데, 특히 석가모니가 금식을 하며 보리수 밑에서 수행하다가 득도하는 불상을 보면 정말 아사 직전의 사람처럼 앙상한 갈비뼈와 푹꺼진 안구, 실핏줄까지 표현한 극 사실주의적 표현을 예로 든다. 얼굴은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며 눈을 가늘게 뜨고 명상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더불어 간다라 불상이 입고 있는 법의는 두껍고 옷 주름이 세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통견 형식으로 두 어깨를 가린 것이 특징이다. 북쪽이라 날씨가 추워서 두터운 법의와 이에 따른 굵은 옷 주름이 성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의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음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⑥ 불상의 기원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불상의 기원과 관련된 여러 설이 있다. 그러나 증명이 되면 학설이 아니고 진실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필자는 여러 지역의 미술을 함께 다룰 것이나 근본적인 것만 증명할 것이며 표면적인 상호 관계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다. 매우 근본적인 keywords들은 12개 항목 정도가 있는데 필자가 정립한 개념들이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한 항목만 다룰 것이며 다른 항목들은 따로 논문으로 발표할 것이다. 한 항목들이 모두 각각 한 논문으로 써야 하는 큰 주제들이다. 이 글을 하나하나 다루는 동안 간다라와 마투라 불상의 근본 문제들이 풀릴 것이며, 불상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간다라 불상 조각의 탄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여러 학설이 있다.

*그리스 기원설
*인도 독자 창시설
*그레코-로마 영향설
*그레코-이란 양식 영향설

강우방 _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강우방 _ 세계조형사상연구원장1941년 만주 안동(단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 고고인류학과를 수학하고 교토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 연수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및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설립해 세계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으며, ‘영기화생론’을 정립해 조형언어를 통한 진리의 경지에 이른 후 그 연구 성과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 ‘민화’,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원융과 조화-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1’, ‘법공과 장엄-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2’,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감로탱(공저)’, ‘미의 순례(에세이집)’,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어느 미술사가의 편지’ 등이 있다.

 

첫째는 그리스 영향으로 간다라 불상이 창시되었다는 설인데 알프레드 푸쉐의 견해이다. 그는 간다라 불상을 ‘헬레니즘화된 부처’ 또는 ‘인도화된 아폴로’라고 불렀다. 이와 같이 파악한 푸쉐는 기원전 2세기 초경 서북 그리스가 인도로 침입하여 열린 인도-그리스 시대를 그리스풍과 인도풍이 혼재한 불교 조각이 탄생한 시기로 보고, 불상의 창시를 기원전 1세기경으로 설정하였다.

둘째는 불상의 ‘인도 기원설’이다. 불상은 인도의 신상 조각 전통에 연원을 두고 있었으며 간다라의 불상과 전혀 다른 인도의 독자적인 불상 조성 전통이 간다라와 거의 동시기에 마투라에서 태동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한 대표적인 학자는 아난다 쿠마라스와미(Ananda Coomaraswamy)이다. 그의 주장은 푸쉐 학설의 영향 아래 ‘그리스 기원설’이 거의 정설처럼 되어 있던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셋째는 로마 양식의 기원설이다. 간다라 불상은 푸쉐가 주장한 헬레니즘의 영향보다는 로마의 영향 하에 창시되었다는 것으로 오늘날은 이 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더 많다. 그러나 로마에는 그리스 작품 복제가 많아서 비록 교류가 있었다고 하여도 불상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간다라 지방에서 흔히 보이는 그리스-로마와 관련된 신상들이나 똑같은 조각품들은 로마에서 장인들을 불러와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는 그레코-이란 양식의 영향설이다. 단순한 헬레니즘이나 로마가 아니라 인도와 지중해의 중간 지대인 시리아나 이란 등의 서아시아 지역의 역할에 주목하는 견해도 많은 학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설을 주장한 학자는 슈럼베르거(D. Schumberger)로 그리스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이란의 추상주의적 전통에 입각한 양식인 그레코-이란 양식이 간다라 불상의 창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기원전후에 그리스와 이란 미술을 절충한 그레코-이란 양식이나 이란 고유의 양식을 보여 주는 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슈럼베르거는 정확히 학설을 증명하지 못했으며, 간다라 불상 조각이 탄생하는 동시대의 파르티아의 영향이 아니라 그 이전 아시리아 시대의 미술의 중요성은 지나치고 있다.

다섯째는 강우방(Kang Woobang)이 제시하는 것은 인도 자생설도 아니요, 그리스, 로마, 파르티아 등의 영향이 아니고, 인류 보편적인 발생설이다. 간다라 불상의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우리에게 간다라는 무엇인가? 간다라 미술은 인도 미술인가? 간다라 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마투라 불상과 간다라 불상은 어느 쪽이 먼저인가? 등 많은 문제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지만, 그런 문제를 풀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불교 고유한 조형과 사상을 연구하지 않으면 간다라 불상의 실체는 밝혀질 수 없다. 핵심은 인도의 풍토와 사상이다. 표면적으로 그리스-로마,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이 보이나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불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의 인류 문화 보편적인 조형으로, 불상의 탄생 훨씬 이전에 이미 이루어진 신상(神像)의 조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항상 시대적 동시성을 강조하지만, 횡적(橫的)이 아닌 공간적 시간적 종적(縱的) 관계를 더욱 중시하여 시야를 넓혀야 한다.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면서 다리가 코끼리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학설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너도 나도 다른 학설을 제시한다. 학설을 증명하면 학설이 아니요, 진실로 남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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