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싯다르타의 고행 정진과 거문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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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싯다르타의 고행 정진과 거문고 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4.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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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정암사 벽화
김해 정암사 벽화

 

싯다르타는 출가하였다, 당시 인도에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금욕과 금식 등 고행을 실천하는 다양한 종파가 있었다. 이에 싯다르타도 초기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과 마찬가지로 수행을 하면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므로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마가다국 우루벨라(uruvelā)에 도착하였을 때 물이 흐르고 무성한 나무 그늘이 있었으며 그리고 가까이에 세나니(Senani)마을이 있어 탁발하기도 쉬웠기에 이 숲에 머물면서 엄격한 금욕을 하면서 수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무렵에 다섯 명의 비구들도 싯다르타를 뒤이어서 이곳에 도착을 하였다. 과연 싯다르타는 엄격한 수행을 하고 있었으므로 싯다르타가 만약에 깨달으면 자신들의 스승이 되어 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더욱 가행정진하여 금욕과 금식을 실천하다가 마침내 전혀 먹지 않는 상태에 이르러 온몸이 야위어서 뼈가 앙상하게 이르도록 수행을 하다가 어느 날 기절을 하고 말았다. 이때 한 목동이 그 옆을 지나다가 수행자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염소 떼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서 어미 염소를 이끌고 와서 어미 염소의 젖을 먹여 의식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었다. 의식을 회복한 싯다르타는 수행자가 굶는다는 것은 깨달음을 얻기도 전에 죽음을 맞게 될 거라는 무위한 일들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나무 아래서 계속 수행을 이어 나갔다.
어느 날 해 질 녘이 다 되어가자 한 무리의 소녀들이 시내로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줄이 너무 느슨하면 비파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줄이 너무 팽팽하면 줄이 끊어지리라. 너무 느슨하지도 너무 팽팽하지도 않아야 비파는 훌륭한 소리를 내리라고 노래를 하였다. 참고로 이러한 가르침은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가운데 제34장에 등장을 한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34장 중도(中道)를 지켜라
어떤 사문이 밤에 가섭부처님의 유교경(遺敎經)을 외우는데 그 소리가 슬프고 빠르며 꾸준히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생각을 품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사문에게 물으셨다. 너는 옛날에 집에 있으면서 무슨 일을 했느냐? 사문이 대답하되, 거문고 타기를 좋아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어떠하던가? 대답하기를,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거문고 줄이 팽팽하면 어떠하던가? 대답하기를, 소리가 끊어집니다.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고 거문고 줄이 알맞으면 어떠한가? 대답하기를, 모든 소리가 고르게 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문이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마음이 고르고 알맞으면 도를 얻을 수 있다. 도에 대해서 너무 급한 생각을 내면 몸이 피로해지고 몸이 피로해지면 마음에 번뇌가 생기고[마음에 싫증이 나고] 마음에 번뇌가 생기면 수행이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수행이 이미 뒤로 물러서게 되면 죄만 반드시 더해지리니 오로지 마음을 맑게 하고 편안하게 해야 도를 잃어버리지 아니 할 것이다.

고려 시대에 진각국사(眞覺國寺)로 널리 알려진 혜심(慧諶)스님이 편찬한 선문공안집(禪門公案集)인 선문염송(禪門拈頌) 제28칙에도 이러한 말씀이 있다. 부처님께서 한 사미에게 물었다. 너는 출가하기 이전에 무엇을 하였느냐? 거문고를 즐겨 탔습니다. 그렇다면 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어떠하냐? 울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줄이 너무 팽팽하면 어떠하냐? 소리가 끊어집니다. 그럼 느슨하지도 않고 팽팽하지도 않고 적당하다면 어떠하냐? 맑은 음향이 고루 퍼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도를 배움에도 또한 그러하다고 하셨다. 여기에 대하여 지비자(知非子)는 다음과 같이 송(頌)하였다.

緩卽無聲急卽促 
子期云亡伯牙哭 
爭似無絃彈一曲 
宮商角徵諸音足

완즉무성급즉촉 
자기운망백아곡 
쟁사무현탄일곡 
궁상각징제음족

느슨하면 소리 없고 
팽팽하면 급하나니
종자기의 죽음을 알고 
백아는 통곡을 하였네
그러나 줄 없는 
거문고 한 곡조 소리에
궁상각치우 다섯 음을 
갖추는 것과 같으랴

잡아함경(雜阿含經) 가운데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에 보면 이러한 말씀이 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큰 부자인 어느 장자의 아들인 억이(億耳)라는 이가 출가를 하여 도를 구함에 있어서 애써 고행하니 발바닥에 피가 나기까지 하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억이의 의중을 알아차리시고 거문고 줄을 비유하여 중도를 설명하는 말씀이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벽화를 살펴보자. 이에 싯다르타는 이 노랫소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 육체를 괴롭히는 수행은 올바른 수행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였다. 그리하여 금욕 생활을 그만두고 오직 정신을 오롯이 하는 수행을 전념하기로 결심하면서 그때부터 싯다르타는 아침마다 탁발을 하면서 정진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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