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善友 - 인욕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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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善友 - 인욕 하는 마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5.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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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심 정인숙 -객원기자, 포교사
여래심 정인숙 -객원기자, 포교사

요즈음 어디를 가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부처님 오신 날도 다가오는데 사찰에서 환하게 웃는 도반들의 얼굴을 볼 수 없고, 그저 눈으로만 반가움을 표현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지 고역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해온 지 어언 1년 3개월이 지났다. 상상도 못한 생활의 규제는 누구를 만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멈칫 거부감이 앞서게 되고, 도반들과 정답게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그립기까지 하다.
매일매일 문자로 전해주는 확진 자 소식은 새장에 갇힌 것 같은 착각 속에 밖에 나가기도 불안하다.
더구나 마스크를 오랫동안 쓰다 보니 평소 맘껏 치장한 고운 모습의 도반을 만나던 시절도 옛말이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도 마주치는 사람과 눈만 마주보게 되어 평소에 만났던 사람과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지나치는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이 어려운 고난을 불심으로 이겨나가고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삶이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사소한 것에 욕구 불만이 표출되고 번뇌에 시달렸다. 또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헤맸다. 13년 전 느닷없이 내 생활이 바뀌고 역경이 닥쳐와서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삶을 포기하고도 싶었던 아픔이었다. 그때 절박했던 순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9년 전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사가 되고나서부터였다. 포교사가 되면 팔재계의 일환으로 제가 신도들이 하룻밤, 하루 낮 동안 부처님의 제자로서 지켜야하는 8가지 계율, 곧 팔관재계를 치른다. 그 수행은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있었다. 대웅보전 앞에는 전국에서 3,500명의 포교사들의 모두 모였다. 매년 9월이 되면 육지부의 조계종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전국 포교사들의 연례 팔재계 행사였다. 전국에서 모인 포교사들은 법주사 대웅보전 앞 차디찬 가을 밤바람도 마다않고 팔재계 정진열기가 뜨거웠다. 하룻밤 하루 낮 동안의 팔재계 수행은, 속세에서 계율을 지키기 어려운 신도들이 일정한 날을 정해놓고 8가지 계율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유래가 됐다. 충북 보은 속리산에 있는 법주사에서 오후 5시부터 시작 된 팔재계수행은 날이 밝아 아침 예불까지 대웅보전 법당 밖의 장궤합장 수행으로 이어져 차디찬 바람도 간간이 불어와 인욕 심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수행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전국의 많은 포교사들은 아침 동이 틀 때까지 팔재계수행을 계속 했다. 수많은 전국의 전법 포교사들은 법당 밖에서 밤이 지새도록 졸리는 눈을 비비며 인욕 심을 기르는 수행으로 정진했다. 그 수행은 지금까지도 현실에 부딪히는 고난과 역경은 별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내게, 발걸음이 되고 초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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