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1. 이것은 참으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아라한께서 말씀하신 것을 이처럼 저는 들었습니다.
“비구들이여, 세 가지 해로움의 뿌리가 있다. 무엇이 셋인가? 탐욕이라는 해로움의 뿌리, 성냄이라는 해로움의 뿌리, 어리석음이라는 해로움의 뿌리이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세 가지 해로움의 뿌리가 있다.”
이러한 뜻을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2. 이 경에서 이것을 이렇게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에게 생긴 탐욕 · 성냄 · 어리석음이
악한 마음을 가진 자신을 파멸시켜 버리나니
껍질이 딱딱한 대나무에서 생긴 열매가
자신을 파멸시키듯이.”
이러한 뜻 또한 세존께서 말씀하셨으니 이처럼 저는 들었습니다.
【해설】
마음은 대상을 안다, 식별한다, 생각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아무리 다양하게 일어나더라도 안다는 특징으로만 본다면 하나이지만 『아비담마』에서는 마음이 일어나는 경지에 따라 욕계의 마음, 색계의 마음, 무색계의 마음, 출세간의 마음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네 가지의 악도, 인간, 여섯 가지 욕계 천상의 11가지 세상에서 그에 상응하여 일어나는 마음이 욕계의 마음이다. 욕계 세상에는 감각적 쾌락이 자주 일어난다. 무엇이 다섯 가닥의 감각적 쾌락인가?
4부 니까야의 주석서에서는 “눈으로 인식되는 형색들이 있으니,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쾌락을 짝하고 매혹적인 것들이다. 귀로 인식되는 소리들이 있으니 … 코로 인식되는 냄새가 있으니 … 혀로 인식되는 맛이 있으니 …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들이 있으니,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쾌락을 짝하고 매혹적인 것들이다.”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은 그 종류에 따라서 ①해로운 것[不善, akusala], ②유익한 것[善, kusala], ③과보인 것[異熟, vipāka], ④작용만 하는 것[作用, kiriya]의 넷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①과 ②의 마음은 업을 짓는 마음이고, 이 업이 과보로 나타난 것이 ③의 마음이고, 이 업과 과보와 관계가 없는 마음이 ④의 마음이다.
마음은 크게 뿌리 있는 마음과 뿌리 없는 마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해로운 마음은 탐욕에 뿌리를 둔 마음 8가지, 성냄에 뿌리를 둔 마음 2가지, 어리석음에 뿌리를 둔 2가지로서 모두 12가지이다.
해로운 마음이라 함은, 탐욕[貪, lobha], 성냄[嗔, dosa], 어리석음[痴, moha]의 세 가지 해로움의 뿌리 가운데 어리석음 하나, 또는 어리석음과 탐욕의 둘, 어리석음과 성냄의 둘이 뿌리가 되어 일어나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아비담마』에서는 탐욕과 성냄은 서로 배타적이어서 그들은 한 찰나의 마음에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마음을 해롭다고 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며 해로운 과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탐욕과 성냄은 항상 어리석음이라는 뿌리와 함께 일어난다. 북방불교에서도 탐·진·치 셋을 삼독이라 강조하고 있듯이 초기불교에서는 해로움[不善]의 뿌리는 이 세 가지라고 강조한다.
이와 반대되는 불탐·부진·불치를 유익함[善]의 뿌리라 하여 강조하고 부처님께서는 이 탐·진·치의 세 가지 모두가 다 소멸된 경지가 바로 열반이라고 설하셨다.
대나무는 카다리와 심사빠 나무 등처럼 속재목[心材]가 없고 겉재목만 있다. 겉만 보면 대나무는 껍질이 딱딱하나 강정처럼 속은 비어 있다. 그 반면에 배추는 속이 차야 어느 정도 익은 배추라 할 수 있다.
속 빈 강정처럼 허우대만 멀쩡한데, 그 안에는 계행 등이 없이 다섯 가닥의 욕망이 꿈틀대거나, 늘 부글부글 부아로 그뜩 채운 저열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자신에게서 생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 자신을 파멸시키는 과보를 경험하게 된다.
주석서에 따르면, 세존께서 ‘껍질이 딱딱한 대나무에서 생긴 열매가 그 자신을 파멸시키듯이.’라는 비유로 뿌리에서 오염된 토양과 수분을 빨아들인 나무가 병들어 죽듯이 타락한 인간들은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악처에 떨어진다고 가르치신 것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