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오체투지 (五體投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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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인이 들려주는 내 마음을 젖게 하는 시 "오체투지 (五體投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5.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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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五體投地) - 이수익 (1942 ~ )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짖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오영호 시조시인
오영호 시조시인

이수익 시인은 경남 함안에서 출생했다.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다. 이 시는 2007년 공초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평을 보면 ‘간결성, 함축성,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어른거림 등이 선명한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그의 시는 ‘허무를 덮는 아름다운 서정성의 그물’ 이라고 평했다. ‘오체투지’는 땅에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엎드려 절대자에게 몸도, 마음도 받드는 하나의 종교의식이다. 그래서 ‘누에’ ‘거미’ ‘나’의 병치를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에나 거미는 자기 몸속에서 실을 뽑아 삶의 길을 만들어 산다. 그 삶의 길을 내는 데 있어 몸 어느 한 구석 빼놓지 않고 정성을 쏟아야 실이 나온다. 이러한 현상을 진정한 삶의 절을 하는 것으로 서정적 자아는 보고 느끼고 있다. 오체투지로 절을 하듯 정성을 다해 마음의 절을 올려 살아가는 마음 앞에 서해바다 노을은 넋 놓고 피로 지고 있다. 거기엔 제 몸을 불태워 세상을 밝히는 태양도 하루를 거두어들이는 공손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오체투지로 절을 올리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넌지시 나에게 던지고 있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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