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하안거 입재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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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하안거 입재를 맞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6.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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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는 부처님 재세 시부터 전해 내려온 불교의 전통으로, 출가 수행자들이 일상의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한 곳에 머물며 오직 수행에만 집중하는 기간이다. 안거의 전통이 한국불교에도 아직도 남아있어 전해져오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서는 전국 사찰에서 모인 스님들이 안거를 하고 있는 곳으로 남국선원이 있으며, 다른 많은 사찰에서 재가불자들은 백일기도를 올려서 안거에 동참하고 있다. 남국선원에서 스님들은 불교의 오랜 전통을 그대로 지키면서 참선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새벽 3시부터 참선에 들어 3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나서 다시 9시부터 사시예불 전인 11시까지 참선에 들고, 예불이 끝나고 포행을 한 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참선에 들고, 다시 7시부터 9시까지 참선에 들어 하루 꼬박 10시간 씩 정진한다. 
이곳 남국선원에서 스님들은 화두를 들고 오로지 확철대오하려는 각오로 임하면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주불자들의 마음은 늘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재가불자들도 스님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정진하면서 본래면목과 마주하려고 애를 쓴다. 
이번 하안거 결제법회에도 성원장 성묵 스님은 수행자들이 옛 스님들의 가풍을 지키면서 공부에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좌선할 때만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늘 깨어있는 선풍을 보여줄 것도 말씀하셨다. 
힘든 시절에 사셨던 옛 스님들은 공부에 대한 정진의 열의가 남달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법문이었다. 그러면서 안거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해마다 때가 되면 으레 찾아오는 안거라고 타성에 젖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스님들뿐만 아니라 불자들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안거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선풍까지는 아니더라도 맑은 기운을 유지하면서 혼탁해진 오늘의 삶을 좀 정화하는 기운이라도 좀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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