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 신 필 영 (1944 ~ )
가끔, 소는 목을 돌려
제 꼬리에 입 맞춘다
꼬리 또한 마침맞게
입을 슬쩍 쓸어준다
너 있어
내가 산다며
서로에게 경배하듯
가끔, 소는 목을 돌려
제 꼬리에 입 맞춘다
꼬리 또한 마침맞게
입을 슬쩍 쓸어준다
너 있어
내가 산다며
서로에게 경배하듯
경북 안동 출생인 신필영 시인은 1983년『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 시조는 소의 일상적인 동작을 소박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매우 진중하다. 대체로 일반 사람들은 소가 늘 하는 동작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시인은 의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이정환 시인은 “소의 입과 꼬리와의 만남은 물론 소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가끔, 소는 목을 돌려/ 제 꼬리에 입’을 맞추고, ‘꼬리 또한 마침맞게/ 입을 슬쩍 쓸어’주는 것은 참으로 절묘한 상응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시어는‘마침맞게’라는 말입니다. 이 시편의 핵심어지요. 더도 덜도 말고 ‘마침맞게’ 꼬리가 입을 쓸어줌으로써 서로에게 경배는 완성됩니다. 이렇듯 단시조「소」는 너와 나 사이의 상생 관계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시조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렇다. 삶은 이런 것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 방향을 가늠하고 가다듬게 만듭니다.”고 평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울수록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로워지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행(行)임을 나에게 툭 던져주고 있는 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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