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방광대장엄경 물병을 움직이려는 마군(魔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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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의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 방광대장엄경 물병을 움직이려는 마군(魔軍)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1.06.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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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 _ 김해 정암사 주지
양산 천태사
양산 천태사

 

보리수(菩提樹)아래서 가부좌를 틀고 앉으신 태자는, 나는 도를 깨치기 전에는 결코 이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는 굳은 서원을 세우시고 용맹정진을 이어 가셨다. 성도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자 마왕은 이를 방해하려고 온갖 수작과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6년간의 수도 끝에 드디어 태자가 깨달음을 얻으려 하자 마왕 파순(波旬 Mara paoiya)은 태자의 성도를 방해하기 위하여 태자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마군(魔軍)을 보내어 태자를 공격하도록 했다.
그러자 태자는 작은 물병 하나를 무릎 앞에 세워 놓고 “이 물병을 움직일 수 있다면 너희들의 뜻에 따라 성도를 포기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마군은 그까짓 물병 하나쯤이야 하면서 서로 달려들어 손으로 움직이려 했으나 물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병에 밧줄을 걸고 수많은 마군들이 일제히 당겨 보았으나 물병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태자는 금강석과 같은 태도로 끄떡도 하지 않고 마군을 물리쳤다. 
1차 방해 공작에 실패한 파순은 이번에는 부하들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둔갑시켜 태자 곁으로 보내어 피리를 불고 비파를 타고 온갖 교태를 부리며 노래와 춤으로 태자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다.
태자 주변을 빙빙 돌며 소란을 피우는 미녀들은 마귀의 부하들이므로 그들이 들고 있는 거울 속에 본모습인 흉측한 마귀의 얼굴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자 마왕과 마군은 태자에게 결국 항복을 하고 말았다.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 성정각품 제22에 보면 그때 천녀들이 게를 설하여 찬탄하기를

於此菩提樹王下 降伏一切大魔軍
安住不動如須彌 身心堅固無驚畏 
이 큰 보리수 아래서
온갖 큰 악마 군사 항복시키고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음이 수미산 같아
몸과 마음 굳건하여 두려워함 없으시네.

북방 불교에서는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 되어 샛별이 나오자 태자의 마음은 맑아지고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깨달음을 얻어 드디어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전하는 입산게(入山偈)에 보면 “세존께서 설산에 들어가셔서 6년간 수행을 하시다가 밝은 별을 보시고서 깨달으시니 그 말씀 그 소식은 삼천세계에 가득하여라.”라는 말씀이 있다. 

世尊當入雪山中 一坐不知經六年 
因見明星云悟道 言詮消息遍三千

이때 태자의 나이 35세인 12월 8일 새벽의 일이며, 이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성도절(成道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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