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수필 - 바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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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수필 - 바쁜 날들
  • 김승범 _ 한림문학회 회장
  • 승인 2021.06.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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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_ 한림문학회 회장
김승범 _ 한림문학회 회장

출판사 대표가 제주에 와서 결혼하여 정착한 전 직원을 만난다고 하여 구좌까지 바래다주기로 하였다. 제법 공항 쪽에서 먼 거리지만 어림잡아보니 다녀와도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대체시험 보는 시간에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구좌까지 가면서 출판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출판은 정말 시원하게 잘될 것 같다.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매일 써 보낸 글을 모아 출판하는 것이니, 교정을 잘 보아야 하겠지만 실력 있는 출판사 대표를 만났으니 마음이 편하다. 
구좌오일장에 내려드리고 나는 다시 방송통신대학교로 시험을 보러갔다. 오는데 차가 막혀서 겨우 강의실에 도착하니 준비가 다 돼 있었다. 하마터면 시험시간을 놓칠 뻔 하였다. 신중히 생각하며 풀었는데 아는 답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기초한자와 중국어1은 몇 개정도는 아는 문제가 나왔다. 다 풀고 나니 2분이 남았다. 아이패드의 제출버튼을 누르고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니 나 혼자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은 (사)제주청소년지도협의회 도지부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행사장소가 성읍이라 거리가 꽤 먼 곳이었다. 이도2동 도지부 사무실에 가서 장비를 챙겨 차를 갈아타고 성읍에 갔다. 성읍에는 제주도 특유의 초가집을 지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식당마다 방문하면서 청소년유해업소 환경정비 차원에서 협조를 요청하며 가지고 간 계도 스티커와 마스크를 나누어 드렸다. 집집마다 차를 권하고 식사를 권했다. 행사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찻집에 갔는데 다섯 시에 예정되어 있는 내가 주최하는 한림문학회가 많이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다 돼가니 조바심이 나는데 차를 같이 타고 왔으니 함께 갈 수 밖에 없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근처에 있는 조경원에서 꽃과 나무를 구경하였다. 100만원 한다는 수국과 300만원 한다는 수국어미도 보았다. 한 섶에 30만원 한다는 곰취도 보고 수국차도 맛보았다. 시간은 촉박한데 같이 간 사람들은 천하태평이었다. 제주시까지 오고 나서 나는 부지런히 납읍에 있는 장빈 스튜디오 갤러리까지 갔다. 4시30분,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하여 다행이었다. 가져온 플랜카드를 걸고 방송장비를 점검하고 태극기를 걸고 사회자를 연습시켰다.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하는데 오히려 회원들이 늦게 도착하였다. 그나마 문성희 부회장이 30분 전 도착하였기에 다행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로재성 소설가의 명강이 이어졌다. 끝나고 회원들과 외빈들이 시낭송이 이어졌다. 알찬 행사 시간이었고 다들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행사진행을 하면서 사회자가 매끄럽게 진행을 하였고 병환에 계시지만 행사에 참석의사를 밝혀 온 전 회장님을 모시러 다녀 온 회원을 비롯한 회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특히 마이크를 받자마자 강사를 크게 높여 이야기하여 좋은 자리를 만든 정 시인, 처음인데도 당황하지 않고 순서에 잘 맞추어 행동하여준 홍 시인, 행사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박 사무국장, 이번 행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시고 강사님을 섭외 및 모시고 온 고 시인님까지, 첫 행사라 허둥지둥 하였지만 회원님들이 나서서 적극 도와준 덕분에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림문학 회원님의 따뜻한 동행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하루 이틀사이에 일 년의 절반 같은 계절이 다녀간 듯하다. 고단한 몸 안으로 풋풋한 꽃향기가 고여 온다. 여름 꽃 수국인가. 참나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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